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한 번 쯤은 한밤 중 갑자기 잠에서 깨어 소리 지르거나 우는 아이들 때문에 잠을 설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에게 특별한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겁을 내거나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몰라 당황하는 경우도 많다.
◇악몽, 스트레스 탓?=수면 중에 무서운 꿈으로 인해 깨는 악몽은 수면 후반부나 새벽에 잘 발생한다. 이 장애를 갖고 있는 아이들은 특징적으로 감정이 매우 격앙돼 있다. 몽유병이나 야경증과는 달리 악몽을 현실과 혼동될 정도로 생생하게 기억한다.
악몽은 대개 3~5세 어린이의 10～50%에서 나타난다. 10~12세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한다. 특히 여아에서 2~4배 정도 더 흔하다.
악몽은 약 60% 정도에서 스트레스와 관련이 있다. 일상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때 그 빈도나 강도가 더 심하게 나타난다.
아이들의 경우 입학, 전학, 이사 또는 두려움에 떨게 하는 사건, 텔레비전, 영화 시청 시 무서운 장면을 보고 생길 수 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급성 스트레스 장애의 주 증상이기도 하다.
을지대병원 신경과 장상현 교수는 26일 “소아에서의 악몽은 나이 들면서 차차 좋아지기 때문에 대부분은 치료 대상이 아니지만 정도가 심하면 심각한 고통을 유발하거나 아이의 성장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평소 악몽을 자주 꾸는 아이들에게는 부모의 지지와 위안이 필요하며 무서운 내용의 비디오, 만화책 등은 악몽을 유발할 수 있어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몽유병 아이, 사고 위험=4~8세의 약 1~5%에서 나타나며 수면시간 전반 3분의 1 부분에 갑자기 잠자리에서 일어나 돌아다니는 몽유병은 증상이 복잡하고 지속 시간에도 변화가 많다.
몽유병이 발생하면 복잡한 행동 양상을 보인다. 목적 없이 방황하고 이유 없이 물건들을 여기에서 저기로 옮기거나 가구를 이동시킨다.
또 옷장에 소변을 보기도하고 집 밖으로 나가기도 한다. 드물게는 눈은 크게 뜨고 있으나 초점이 없어 보이고 중얼거리기도 하며 광폭하거나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몽유병 중에는 대화가 거의 불가능하며 깨어난 이후 몽유병 중의 행동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몽유병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스트레스, 극심한 피로, 수면 박탈과 관련이 있다고 여겨진다.
몽유병의 치료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부모의 병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며 부모에 대한 상담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 몽유병은 사고 위험이 있기 때문에 가급적 1층에서 잠을 자도록 하고 침실 문은 잠궈둔다. 창문에 두꺼운 커튼을 쳐 밖으로 나가는 일이 없도록 하고 자칫 다칠 수 있는 물건들은 침실에서 최대한 치워놓는 것이 좋다.
◇야경증, 부모 양쪽에 있으면 아이에게도 60% 나타나 =야경증은 가장 극적인 각성 장애로 잠자는 중에 특히 깊은 수면단계로 접어든지 2~3시간 이후에 일어나서 강한 발성과 동작, 고도의 자율신경반응을 동반하는 심한 공포와 공황상태를 말한다.
이 증상은 수면의 처음 3분의 1 부분에서 발생하며 4~12세 아이들, 특히 여아에서 더 흔하게 나타난다.
야경증의 원인은 명확히 알려져 있지는 않으나 가족력이 있는 경우가 많다. 부모 모두에게 야경증이 있었던 경우 60%, 한쪽 부모만 있었던 경우에는 45%에서 아이가 야경증을 보인다.
장 교수는 “야경증은 피로나 심한 스트레스와도 관련있다고 알려져 있다”며 “특히 낮에 너무 많이 놀았거나 힘든 일을 겪었을 경우 이런 증상을 더 많이 보인다”고 말했다.
주된 증상으로는 극도의 공포감이 동반된 비명으로 시작해 벽을 치거나 방에서 놀란 듯이 뛰어 돌아다니는 등의 불안감을 보인다. 맥박과 호흡이 빨라지고 동공이 확대되며 식은땀을 흘리기도 한다. 또 잠에서 깬 뒤에는 자신의 행동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특징이다.
장 교수는 “아이가 이런 증상을 보일 때, 부모가 화를 내거나 다그치는 것은 오히려 야경증을 악화시킬 수 있다. 지난밤에 있었던 일에 대해 야단을 치는 것 또한 수치심과 불안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이가 이 같은 증상으로 보일 경우 사고 위험이 없다면 그냥 내버려두거나 품에 안아줘 아이를 안정시키는 것이 좋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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