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 매입에 과도한 집착을 보이고 있다. 덴마크 측이 매각 의사가 전혀 없다고 거절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달 초 예정됐던 덴마크 국빈 방문을 전격 연기했다. 공식 외교 일정을 일방적으로 취소함으로써 자신의 그린란드 매입 의사가 진지하다는 사실을 밝힌 것이다. 하지만 덴마크 정부는 그린란드는 자치령으로서 거래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덴마크는 아주 특별한 국가이며 국민들도 훌륭하다”면서도 “하지만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가 그린란드 매각 협상에 관심이 없다는 뜻을 밝힘에 따라 나는 2주 앞으로 다가온 덴마크 방문 일정을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총리가 솔직히 말해준 덕분에 미국과 덴마크 모두 상당한 비용과 노력을 절약할 수 있었다”며 “총리에게 고맙다. 방문 계획이 다시 잡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프레데릭센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매각 협상 요구를 두고 “터무니없다”고 일축한 바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프레데릭센 총리는 그린란드를 직접 찾아 “그린란드는 덴마크 것이 아니다. 그린란드는 그린란드 주민의 것”이라며 “나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가) 진지한 의미를 담은 게 아니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영토와 인구를 사고파는 시대는 끝났다”며 “그린란드를 그대로 놔두고 농담은 그만 했으면 한다”고 부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달 2~3일 마르그레테 2세 덴마크 여왕의 초청으로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덴마크를 국빈 방문할 예정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르그레테 여왕, 프레데릭센 총리와 면담하는 등 일정을 갖기로 했었다. 보름도 남지 않은 정상외교 일정을 트위터를 통해 일방적으로 취소한 건 상당한 외교 결례에 해당한다. 한 백악관 관리는 CNN에 트럼프 대통령의 덴마크 방문 일정 전체가 폐기됐다고 밝혔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참모들에게 그린란드 매입 방안을 알아보라고 지시했다고 지난 15일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흘 뒤인 18일 해당 보도 내용을 직접 확인하며 그린란드 매입 구상을 공식화했다. 하지만 덴마크 정부는 그린란드는 거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내왔다.
미국이 그린란드 매입에 관심을 보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미국은 1946년 덴마크에 1억 달러를 지불하고 그린란드를 사들이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린란드의 전략적 요충지를 알래스카의 일부 지역과 맞바꾸는 아이디어도 나왔었다고 한다. 미국은 1951년 덴마크에 군사기지와 레이더 시설을 설치하는 내용의 협정을 체결했다. 1952년 건설된 툴레 미 공군 기지는 장거리 폭격기 재급유 기지였다가 냉전이 본격화된 1962년부터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조기 경보와 우주 감시 시설로 확대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관심을 갖는 것은 지정학적 가치와 함께 천연자원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지구 온난화로 북극 빙하가 녹으면서 북극 항로 개발이 가시화됨에 따라 그린란드는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거래를 성사할 경우 러시아령 알래스카를 사들인 앤드루 존슨 대통령, 프랑스령 루이지애나를 사들인 토머스 제퍼슨 대통령과 함께 영토 확장을 이룬 인물로 남을 수 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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