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를 할퀴고 지나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4‧유벤투스)의 ‘노쇼 태풍’이 거센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경기장을 가득 채웠던 6만5000여 관중의 야유는 이제 입장권 환불과 관련자 처벌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확산됐다. 유벤투스가 한국의 반발 여론을 등지고 무시로 일관하는 동안 한국프로축구연맹과 주최사인 더페스타는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고 있다.
장영아 더페스타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호날두의 노쇼 논란에서 ‘로빈 장’이라는 이름으로 인터넷 포털 사이트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순위에 오르내린 인물이다. 장 대표는 28일 국민일보와 전화통화에서 유벤투스의 계약 불이행을 주장했다.
장 대표는 “유벤투스가 계약서에 호날두의 45분 출전과 팬미팅 참가를 분명하게 명시했다. 호날두의 결장을 후반전이 돼서야 현장에서 통보받았다”며 “관중이 호날두의 결장에 분노하고 항의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우리도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 애초에 호날두가 유벤투스에 있으니 추진된 경기였다”고 말했다.
호날두는 지난 26일 밤 10시43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3대 3 무승부로 끝난 팀 K리그와 친선경기에 유벤투스의 일원으로 동행했다. 하지만 후보 선수로 벤치에 앉아 전후반 90분을 보내고 떠났다. 경기에 앞서 몸을 풀지 않았고, 끝날 때까지 후보용 조끼를 유니폼으로 갈아입지 않았다. 앞서 오후 3시 서울 용산구의 한 호텔에서 호날두의 팬미팅도 예정돼 있었지만, 유벤투스는 입국 지연을 이유로 이 행사를 취소했다. 당초 오후 8시로 예정된 킥오프 시간이 57분이나 지연된 이유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유벤투스가 한국에 체류한 시간은 불과 12시간. 유벤투스는 경기 당일 오후 2시를 넘겨 인천공항으로 입국해 경기 종료 3시간 뒤인 이튿날 새벽 2시쯤 이탈리아로 출국했다. 불과 반나절을 체류한 한국에서 30억원 이상의 수입을 챙겼다. 호날두의 결장과 팬미팅 불참, 경기 지연으로 이어진 유벤투스의 불성실한 방한 태도는 한국 축구팬의 반발 여론을 촉발했다.
관중은 경기장을 떠나면서 호날두의 유니폼을 찢으며 항의하고 환불을 요구했다. 이미 경기가 60분가량 진행된 후반 15분부터 호날두를 향한 야유가 쏟아지고 있었다. 경기 이튿날인 지난 27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주최사를 처벌해 달라는 국민청원도 시작됐다. 근육통을 이유로 결장했던 호날두는 같은 날 인스타그램에 “집에 돌아와 좋다”며 훈련하는 영상을 올려 한국 축구팬의 반발을 샀다.
장 대표는 “유벤투스의 계약 불이행을 증명할 자료가 많다”며 호날두의 출전이 약속된 계약서의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이 계약서에서 호날두의 출전은 “유벤투스 풋볼클럽은 1군 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상당 부분 출전을 동의한다. ‘상당 부분 출전’이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최소 45분 출전을 뜻한다(JFC agree that the Juventus First Team player Cristiano Ronaldo shall play a substantial portion of the match. ‘Substantial portion of the match’ means that Cristiano Ronaldo will play a minimum of 45 (forty-five) minutes of the Match)”는 문장으로 명시돼 있다.
유벤투스 방한 경기에서 문제는 호날두의 노쇼만이 아니었다. 장내 광고판과 공영방송사 KBS의 중계방송 화면에 해외 스포츠베팅 사이트 광고가 불법으로 노출됐고, 입장권 최고가인 40만원을 지불한 프리미엄존 관객에게 부실하게 제공된 뷔페 환경도 비판 여론을 불붙였다.
우리나라에서 스포츠 베팅은 국민체육진흥공단 주관의 체육진흥투표권 스포츠토토만 합법으로 인정되고 있다. 장 대표는 “해당 사이트의 국내 접속이 불가해 법리 검토를 거쳐 광고를 유치했지만, 이 업체가 경기 시작을 앞두고 국내에서 접속되도록 사이트를 열었다. 이를 면밀하게 확인하지 못한 우리의 잘못이고 불찰”이라고 인정했다.
다만 프리미엄존 뷔페 논란에 대해서는 “서울월드컵경기장 프리미엄존의 기존 서비스 방식과 다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경기장을 대관하면서 그동안의 뷔페 제공 방식과 다르지 않게 계약했다는 것이다. 이 경기장의 관리 기관은 서울시설관리공단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도 더페스타 못지않은 비판을 받고 있다. 호날두의 출전이나 팬미팅을 강제할 권한이 없지만, 파행 가능성이 있는 유벤투스의 하루짜리 방한 일정에 제동을 걸지 않은 미온적 협상 태도로 지적을 받았다. 연맹 관계자는 “더페스타를 주최사로 지정한 유벤투스를 믿고 경기를 추진했다”며 “손실이 실질적으로 입증되면, 그 대상을 가려 위약금 청구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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