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샌드박스 게이밍의 경기력이 불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샌드박스는 21일 서울 종로구 LCK 아레나에서 열린 ‘2019 우리은행 LoL 챔피언스 코리아(CLK)’ 서머 정규 시즌 2라운드 경기에서 한화생명e스포츠를 세트스코어 2대 1로 꺾었다. 맨 먼저 시즌 9승(3패 세트득실 +8)을 달성한 샌드박스는 한 경기 덜 치른 담원 게이밍(8승3패 세트득실 +8)을 제치고 리그 1위로 복귀했다.
선두를 탈환했음에도 불구하고 샌드박스 선수들은 웃지 못했다. 결과와는 별개로 경기력에서 아쉬움이 짙었다. 최하위권의 한화생명에 1세트를 내줬을뿐더러, 2세트에서도 내셔 남작 버프를 내주는 위기 상황까지 내몰렸다. 1위와 9위 간 맞대결이라기에는 양 팀의 기량 차이가 그리 크지 않았다.
샌드박스 선수들도 이 점을 잘 알고 있었다. 한화생명전이 끝난 뒤 국민일보와 만난 조재읍은 “1등인데 1등 같지가 않다. 더 분발하고 노력해야겠다는 생각뿐”이라면서 “장기 레이스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경기력이 많이 떨어진 게 불만족스럽다”고 건조한 어조로 승리 소감을 전했다.
1라운드에 ‘LCK식 운영의 정점’이란 평가를 받았던 샌드박스다. 여전히 1위 자리를 지키고는 있지만, 최근 기량이 떨어진 건 분명하다. 그러나 사실 이들의 부진 아닌 부진 그 뒷면에는 말 못 할 사정이 있었다. 선수들의 건강 문제다. 조재읍에 따르면 코치진과 후보 선수들을 포함한 팀 멤버 중 2~3명 정도를 제외한 전원이 지난 한주 내내 복통과 고열에 시달렸다고 한다.
지난 21일 인터뷰에서 조재읍은 “단체로 탈이 나서 병원을 오갔다. 저번 주말부터 스크림도 취소하고 병원에 갔다. 코치진도 안 아픈 사람이 없었다. 장염에 감기몸살까지 겹쳐 2~3명 빼고는 잠도 잘 못 잤다”고 말했다. 일부 선수들은 LCK 아레나에서 경기를 치르는 도중에도 집중력 유지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후문이다.
샌드박스 유의준 감독 역시 23일 국민일보와 전화통화에서 “감기랑 장염 때문에 고생을 조금 많이 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도 최대한 집중해서 연습하려고 하지만, 잘 진행되고 있지는 않다”면서 “연습에 큰 지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100% 컨디션도 아니다”라고 털어놨다.

샌드박스의 경기력이 저하됐다는 평가는 틀린 말이 아니지만, 바꿔 말하면 지난 며칠간 연습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던 만큼 기본기와 저력으로 값진 1승을 챙겼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더욱이 케넨과 코르키의 티어 상승을 비롯해 굵직한 메타 변화가 많았던 최근의 LCK였다.
올 시즌 건강관리에 특별히 유의했던 샌드박스였기에 더욱 아쉬움이 남는 한주였다. 샌드박스는 지난 스프링 시즌 때도 돌아가면서 잔병치레를 했다. 컨디션 난조에 따른 경기력 저하를 직접 체감한 선수들은 건강관리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일부 선수들은 오프시즌 동안 필라테스를 배우면서 체력 향상에도 힘썼다. 그랬던 만큼 이번 단체 장염 사태가 가장 속상했던 것은 선수들 본인이었다.
그런데 하필 다음 상대가 만만치 않다. 오는 26일 맞붙는 건 물오른 기량의 담원이다. 조재읍은 “담원은 자기 색깔이 확실해지고, 메타에도 최적화돼 좋은 경기를 보여주는 팀이다. 지난 경기 때는 우리가 색깔을 못 보여줬고 담원은 잘 보여줬던 게 패인이었다”면서 “이번엔 화끈하고 재밌는 경기를 보여드리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아울러 탑라이너 ‘너구리’ 장하권을 경계 대상 1호로 꼽았다. 그는 “항상 담원을 대표하는 장하권이 경계된다. 요즘 실력이 더 좋아진 것 같고 자신감도 오른 것 같다”며 “담원은 나머지 라이너들도 다들 잘하는 팀이다. 승패를 떠나 우리의 경기력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덧붙였다.
조재읍은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건네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최근에 연패하고, 좋지 않은 경기력도 보여드렸다. 그래도 한결같이 응원해주시고, 걱정해주신 분들이 계셨다. 그런 분들로부터 힘을 얻어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항상 감사드린다. 남은 경기는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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