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근 다녀온 일본 출장에서 일본 정부가 수출규제 대상으로 지목한 3개 소재의 ‘긴급물량’을 확보한 것으로 14일 알려졌다. 일본은 우리나라에 ‘국가안보’를 이유로 들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생산에 필수적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FPI), 포토리지스트(PR), 고순도 불산(HF) 3가지를 수출규제 대상으로 선정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13일 디바이스솔루션(DS)과 디스플레이 부문 최고경영진을 소집해 회의를 열고 일본 출장 결과를 공유했다. 또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의 수급 현황과 전체 사업에 미치는 영향, 향후 대응 방안 등도 집중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에는 DS 부문장인 김기남 부회장과 진교영 메모리사업부장(사장), 강인엽 시스템LSI사업부장(사장),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등이 참석했다.
이 부회장이 추가로 확보한 물량이 어느 정도인지, 어떤 경로를 통해 확보한 것인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재고량과 함께 당장의 심각한 생산 차질은 막을 수 있는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확보한 물량이 현지 소재 생산업체들로부터 직접 수입하는 형태는 아닐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일본 정부의 수출 통관 규제를 직접 벗어날 수는 없는 만큼 일본 소재 생산업체의 해외공장 물량을 우회 수입하는 데 합의를 봤거나 다른 조달처를 확보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지난 7일부터 12일까지 일본 도쿄에 머물면서 현지 업계 관계자들을 연이어 만나 해당 소재의 우회 조달 방안 등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고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삼성전자 관계자는 “물량을 확보한 건 맞지만 그동안 삼성전자 차원에서 대만 등지를 다니며 확보한 것”이라며 “이 부회장이 이번에 일본으로 출장을 가서 따로 받아온 건 없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3개 소재의 긴급물량을 확보하면서 급한 불은 끈 모양새다. 그러나 13일 소집한 회의에서 이 부회장은 “단기 현안 대처에만 급급하지 말고 글로벌 경영환경 변화의 큰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며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는 체제를 마련하는 한편 흔들리지 않고 시장을 이끌어갈 수 있도록 역량을 키우자”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비상상황에 대비한 ‘컨틴전시 플랜’ 마련도 지시한 만큼 핵심 소재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해 거래선을 다변화하고 국내 소재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다각적인 방안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