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엔 북한대표부는 미국이 주도해 북한 해외 근로자들의 본국 송환을 촉구하는 서한을 유엔 회원국들에게 보낸 것을 문제 삼고 나섰다.
판문점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이 미국을 비난하는 성명을 내놓은 것은 처음이다. 북·미 간 평화무드가 조성되는 상황에서 이번 성명은 다소 의외라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의 돌발적인 행위가 이달 중순 재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북·미 실무 협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미국·프랑스·독일·영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에 따라 올해 12월 23일까지 모든 북한 해외 근로자들의 본국 송환을 요구하는 서한을 지난달 29일 유엔 회원국들에게 보낸 것이 북한을 자극했다.
북한대표부는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정상회담을 제안한 바로 그날 미 국무부의 지시를 받은 유엔 주재 미국대표부를 통해 (미국·프랑스·독일·영국의) 연합 서한이 발송됐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에 참석 중이던 지난달 29일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 위원장에게 비무장지대(DMZ) 회동을 제안했던 것을 거론한 것이다. 미국이 ‘더블 플레이’를 했다는 것이 북한 대표부의 주장인 셈이다.
북한대표부는 “연합 서한은 미국이 북·미 대화를 언급하면서도 북한에 대해 실제적으로 점점 더 적대적 행위에 광분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이어 “제재가 만병통치약이라고 여기고, 제재와 압박에 집착해 미국이 계속 행동하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일”이라고 비꼬았다. 북한대표부는 그러면서 “유엔 회원국들은 한반도에서 힘들게 조성된 평화 분위기를 약화시키려는 미국의 계산된 행동에 대해 감시를 늦춰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미국 주도의 연합 서한은 지난달 27일 작성됐으며 28일부터 발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제재 결의에 따라 유엔 회원국은 자국 내 북한 근로자 현황에 대한 중간보고서를 지난 3월까지 제출해야 했지만, 이를 제출한 회원국은 30여 개국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연합 서한 작성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북한대표부의 이번 성명은 또 미국이 10여개 동맹국들과 함께 북한이 불법 해상 환적을 통해 이미 대북 제재 올해 취득 상한선인 50만 배럴을 넘겨 수입하면서 대북 제재를 위반했다는 문서를 지난달 11일 유엔 안보리에 보낸 데 대해 대응 성격도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지적했다.
북한의 이번 대응은 북·미 대화 무드와는 별개로 대북 제재에 대해선 강경 대응하겠다는 입장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국제사회에서 대북 제재 완화·해제 목소리가 커져 가기를 기대하는 포석도 깔려 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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