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의 빈소로 정계 인사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의전서열 2위’ 문희상 국회의장은 눈시울을 붉혔고,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담담한 표정으로 고인을 애도했다.
문 의장은 11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인의 빈소를 국회의장실의 박수현 비서실장, 이기우 정무수석, 이계성 국회 대변인과 함께 조문했다. 문 의장은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김 전 대통령이 총재를 지낸 평화민주당 후보로 경기도 의정부 선거구에 출마해 정치권으로 발을 들였다. 김 전 대통령의 ‘동교동계’로 분류된다. 김 전 대통령이 집권했던 국민의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냈다.
문 의장에게 이 여사는 정치적 동지였다. 문 의장은 눈시울을 붉히며 “슬프고 가슴이 아프다. 김 전 대통령이 돌아가셨을 때 이 여사는 ‘이 아프고 견디기 힘든 인생을 참으로 잘 참고 견뎌준 당신을 사랑하고 존경한다’고 말씀하셨다. 그 말씀을 이 여사에게 그대로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여사는 지난 10일 오후 11시37분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7세. 이 여사는 성경말씀을 낭독하고 찬송을 부르는 가족에게 둘러싸여 편안하게 눈을 감았다. 이 여사가 소천을 앞두고 찬송을 가끔 따라 부르기도 했다고 김성재 김대중평화센터 상임이사는 전했다.
민주주의와 여성인권을 위해 한평생을 투쟁했고, 또 영부인이었던 이 여사의 빈소 앞에서 정쟁은 없었다. 불과 하루 전까지 여당을 향해 날을 세웠던 황 대표와 한국당 의원들도 빈소를 찾아 고인을 애도했다. 민경욱·추경호·전희경 의원 등이 황 대표와 동행했다.
황 대표는 “평생을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서 헌신한 이 여사의 소천에 대해 나와 한국당은 깊은 애도의 말씀을 드린다”며 “1세대 여성운동가로서 많은 역할을 하셨다. 남긴 유지들을 우리가 잘 받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황 대표와 한국당 의원들을 맞이한 이 여사의 측근은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었다. 최근 한국당의 막말 논란을 강하게 비판했던 박 의원은 황 대표와 편안한 표정으로 환담을 나눴다. 박 의원은 문 의장과 마찬가지로 동교동계로 분류되는 베테랑 정치인이다. ‘DJ(김 전 대통령)의 영원한 비서실장’으로 불린다.
원내 정당 대표들의 발길이 빈소로 이어졌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훌륭했던 삶을 본받겠다“고 말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대한민국 역사의 한 페이지가 넘어가는 느낌”이라고 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이 여사가 격동의 시기, 김 전 대통령의 민주화 동지로서 굳건하게 옆자리를 지켰다”고,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김 전 대통령의 배우자로만 기억될 수 없는, 값진 삶을 살아오셨다”고 고인을 기억했다.
영상=최민석 기자, 김다영 인턴기자 yullire@kmib.co.kr
글=김철오 기자, 백승연 인턴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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