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생명 인터뷰의 세 번째 주인공은 ‘템트’ 강명구, ‘상윤’ 권상윤 그리고 강현종 감독이다.
강명구 “LCK서 네 손가락 안에 드는 미드라이너가 되고 싶어요”
‘템트’ 강명구는 지난 스토브리그 난생처음 팀을 옮겼다. 2016년 데뷔 이후 줄곧 bbq 올리버스에서만 활동해왔다. 한화생명에서 첫 시즌은 절반 성공이다. 나왔을 때 좋은 활약을 펼쳤다. MVP 포인트를 쏠쏠하게 누적했다. 그렇다고 해서 주전 자리를 확정한 것도 아니었다.
강명구는 “이적 후 첫 시즌이어서 긴장도 됐지만 재미있었다”고 스프링 시즌을 총평했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순간은 1라운드 킹존 드래곤X전이다. 르블랑과 야스오로 팀을 캐리했다. 경기장 밖에서는 처음으로 겪어본 주전 경쟁, 야간 연습, 단체 영화 관람 등이 신선했다.

팀은 또 6위에 머물렀다. 강명구는 “패치에 따라 등장하는 새 챔피언과 조합의 숙련도가 올라오지 않았던 게 근본적 원인이었다”고 복기했다. 그는 “잘 안 되는 챔피언이 몇 개 있었다. 다 안 되는 건 아니었는데 자신감이 없었다”며 “그런 챔피언들만 자신감있게 해낸다면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강명구는 성적 향상만큼 한화생명의 돈독한 팀워크가 유지되길 바라고 있다. “지금처럼 선수들이 다 함께 친하게 지냈으면 좋겠어요. 친하게 지내면서 게임 실력도 늘면 더 좋지 않을까요.” 개인적으로는 네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미드라이너가 되고 싶다. 현재 그는 스스로를 하위권 미드라이너로 평가한다.
강명구는 2012년 중학생 때 LoL을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프로게이머를 준비한 건 2015년 프리 시즌이다. 솔로 랭크 챌린저를 달성한 뒤 흥미가 생겼다. 이전까지는 별다른 꿈이랄 게 없었다. ESC 에버(現 bbq 올리버스)의 미드라이너로 이력서 첫 줄을 채웠다. 그는 “좋은 활약을 하지는 못했지만 자리가 공석이나 다름없어 붙은 것 같다”고 회상했다.
강명구는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우승만큼 해외 대회 출전을 바란다. 아이러니하게도 데뷔 첫 무대였던 2016년 인텔 익스트림 마스터즈(IEM) 월드 챔피언십 이후 해외 무대를 밟아본 적이 없다. 색다른 경험을 하고 싶다.
강명구는 “피지컬이 부족할 때까지, 할 수 있을 때까지 프로게이머를 하고 싶다”고 말한다. 기량이 떨어져도 일부 선수들처럼 포지션을 바꿀 생각은 없다. 예나 지금이나 다른 라인에는 흥미가 없다. 은퇴 이후에는 바로 군에 입대할 생각이다.

권상윤 “전과 똑같이 되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데프트 이길 수 있어요?”
‘상윤’ 권상윤이 처음 프로게이머 제의를 받았을 때 게임단 관계자한테 들었던 말이다.
“18살 쯤이었나, 삼성 갤럭시에 ‘데프트’ 김혁규와 ‘임프’ 구승빈이 있던 시절 연습생 제의가 들어왔었어요. 부모님과 얘기를 나누고도 선택을 하지 못 했어요. 그때 제가 관계자한테 들었던 말을 아직도 기억해요. ‘데프트 이길 수 있어요?’ 이 말을 들었어요. 그때 생각해보니 ‘아…그건 아닌 것 같기도 한데….’싶어서 어영부영 넘어갔어요.”
두 번째로 프로게이머가 될 기회가 찾아온 건 아나키 시절이었다. ‘LoL 챌린저스 코리아(챌린저스)’ 상금을 탈 목적으로 현재 그리핀 감독인 ‘씨맥’ 김대호와 팀을 짰다. 곧바로 우승했고, LCK 승강전 참가 자격을 얻었다. 때마침 대회 참가팀이 8개에서 10개로 늘어나는 때였다. 시기적절하게 LCK에 합류해 지금까지 왔다. 권상윤은 “자연스럽게 프로게이머가 됐다”고 말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인데 미드라이너나 원거리 딜러는 오래 못해요. ‘언제까지 하고 싶다’보다는 ‘할 수 있을 때까지 한다’가 맞다고 생각해요. 그게 언제가 될지를 모른다는 느낌이죠. 서포터를 제일 오래할 수 있고, 탑라이너-정글러-원거리 딜러-미드라이너 순으로 수명이 길다고 생각해요.”
“목표는 없었고, 평범하게 살아오다가 여기까지 왔어요. 갇혀있는 걸 굉장히 싫어하는데 프로는 철장 없는 감옥이에요. ‘프로 절대 안 한다’고 한 적도 있어요. 개인방송인이었다가 프로가 됐다고 해도 무방해요. 그런데 사람이 적응의 동물이더라고요. 다시 아나키 때로 돌아간다면 안 할 것 같긴 해요.(웃음)”
권상윤은 한화생명의 얼굴이다. 2016년 락스 타이거즈 시절부터 팀의 에이스 역할을 자처해왔다. 지난 시즌은 감회가 남다를 게 없었다. 개인 통산 1000킬을 달성하긴 했으나, 6위 탈출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길 팀한테는 다 이기고, 질 팀한테는 다 졌다”고 지난 시즌을 짧게 평가했다. 그리고는 “우리 실력이 부족했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사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건데요. 팀워크를 맞춰야 하고, 기량도 늘려야 해요. 저는 각자가 알아서 할 플레이를 잘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서포터는 서포터, 원거리 딜러는 원거리 딜러 역할을요. 내가 먼저 잘하고, 그 뒤에 다른 사람을 챙긴다는 느낌으로 하면 팀워크는 알아서 맞게 돼 있어요.”
권상윤은 놀랄 만큼 한화생명을 잘 꿰고 있다. 누구보다도 객관적으로 팀을 분석한다.
“코치진이 1개를 알려줬을 때 그걸 ‘클리어’해내는 속도가 아주 느렸어요. 이걸 시켜도 안 되고, 저걸 시켜도 안 되고, 가르쳐줘도 제대로 못 했어요. 안 되는 챔피언도 있었고요. 그런 게 크게 작용했던 거 같아요.”
“습관을 고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요. 예를 들어서 ‘미드라인을 밀고 같이 가라’라는 피드백을 받았을 때, 이걸 수행하는 데 오래 걸려요. 그리고 챔피언 폭도 마찬가지예요. 그리핀을 보면 뭘 고를지 모르잖아요. 우리는 상대적으로 정해진 느낌이에요. 그런 점을 보완한다면 더 좋아질 거예요.”
권상윤은 “서머 때는 전과 똑같이 되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로 여름을 준비했다.
“솔로 랭크는 당연히 올려야 하는 거고, 스크림에서도 원래와 다른 방향의 연습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지금 이 자리에서 ‘다른 방향이 무엇이다’라고 답변드릴 수는 없겠지만, 원래 했던 게 결과가 좋지 않았으니까요.”

강현종 감독 “지팡이 짚고, 힘닿는 데까지 해보려 합니다”
강현종 감독도 이번 스프링이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초중반 기세를 끝까지 이어나가지 못했고, 6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그는 “새로운 선수들이 많이 합류한 만큼 합을 맞추는 시기였다고 생각한다”며 “서머 때는 다른 팀들도 스프링보다 합이 잘 맞은 상태일 것이다. 본격적인 연습 시작 후부터는 조금 더 열심히 하자고 선수들과 얘기했다”고 말했다.
강 감독의 선수 영입 기준은 무엇일까. 그는 “연습 또는 대회에서 상대로 만났을 때 잘하거나 까다로운 선수들을 눈여겨보고, 영입을 제안한다”고 설명했다. 팀워크가 좋은 팀을 지향하는 강 감독은 “한두 명에 의지하는 팀이 아니라, 팀 전체가 ‘S급’으로 불리게끔 합이 좋은 팀을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강 감독에게 스프링 시즌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 1라운드 kt 롤스터전이다. 시즌 첫 승을 올렸다. 두 번째로는 그리핀과의 경기에서 ‘쵸비’ 정지훈에게 첫 데스를 안겼던 순간이다. 비록 경기는 역전당했지만, 당시 금강불괴 같았던 정지훈에게 처음으로 생채기를 만든 게 강 감독의 뇌리에 남았다.
“감독 생활하면서 선수 영입이 가장 많았던 시즌이었어요. 오래 해온 친구들이 나가고, 새로운 친구들이 오면서 템포 조절에 실패했어요. 각 선수의 습득 능력, 잘하는 부분과 단점을 파악한 시기가 이번 스프링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런 부분을 보완하고 고쳐나가는 방향으로 오프시즌을 준비할 생각입니다.”
강 감독은 현재 38세, 진에어 그린윙스 한상용 감독과 함께 LCK 지도자 중 최연장자다. 그러나 그는 아직 지휘봉을 내려놓을 생각이 없다. 환갑이 넘어서도 이 일을 하고 싶다. 다시 태어나더라도 e스포츠인으로 살 생각이다.
“지팡이 짚고, 힘닿는 데까지 해보려 합니다. 이 다음을 많이 생각해봤는데 뚜렷하게 떠오르는 건 없어요. 게임단을 만들어볼까, 게임 관련 교수가 돼볼까 생각도 해봤죠. 결국 제가 내린 결론은 아직 ‘ING’이므로 현재 성적에 올인 하자였어요. 언젠가 제가 힘이 부칠 때쯤 진지하게 짧고 굵게 은퇴 이후를 생각해보려 합니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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