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이 23일 3시간 30여분의 마라톤 회의 끝에 어제 여야 4당이 합의한 대로 선거제도 개편안과 개혁 법안들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대표는 “당의 현실에 자괴감이 든다. 앞으로 당의 진로에 대해서 동지들과 함께 심각히 고민하겠다”며 착잡한 심경을 밝혔다. 오늘 추인된 안이 바른미래당의 당론이 아니란 점도 분명히 했다.
표결이 끝난 뒤 의원총회장을 빠져나온 유 전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합의안에 대해서 표결을 한 결과 찬성 12표, 반대 11표라는 결과가 나왔다. 그렇지만 3분의 2 이상이 동의한 것은 아니어서 당론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바른미래당은 패스트트랙 문제와 관련해서 당론이 없는 당이 돼버렸다. 당론이 아니기 때문에 원내대표가 정개특위·사개특위 위원들을 사보임 시킬 수 없다고 말했고, 김 원내대표가 그렇게 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유 전 대표는 그동안 선거제도 개편안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법·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패스트트랙에 태우는 것에 반대해왔다.
그는 “이런식으로 당의 의사결정이 이뤄진 데 대해서 굉장히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한다. 선거법은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게 안 된다고 얘기했지만, 한 표 차이 표결로 당의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현실에 자괴감이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당의 진로에 대해서 동지들과 함께 심각하게 고민해보겠다”고 밝혔다. 탈당 여부에 대해서는 “그정도만 말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심우삼 기자 s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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