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앙코르 무대라고 할 수 있는 4세트와 5세트는 없었지만, 세 번의 세트만으로 충분히 티켓값 이상을 해낸 디너쇼였다. 베테랑 미드라이너 ‘페이커’ 이상혁과 ‘폰’ 허원석이 각자의 클래스를 증명했다.
7일 서울 종로구 LCK 아레나에서 2019 스무살우리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스프링 플레이오프 2라운드 경기가 펼쳐졌다. 그 결과 SK텔레콤 T1이 킹존 드래곤X를 세트스코어 3대 0으로 제압, 오는 13일 열리는 대회 결승에 올랐다.
결승 티켓 주인이 정해지는 경기였지만, 동시에 ‘페진아와 폰대관’의 대결로도 많은 관심을 모았던 매치업이다. ‘페진아와 폰대관’은 오랜 시간 정상급 선수로 활약해온 ‘페이커’ 이상혁과 ‘폰’ 허원석에게 붙은 별명이다. 올해 나란히 부활을 선언한 두 선수의 시즌 세 번째 대결, 디너쇼의 장소 또한 성대한 플레이오프 2라운드. 흥행요소가 충분했다.
두 선수는 이름값에 걸맞은 최고의 쇼를 선보였다. 오프닝 공연에서는 리산드라와 코르키를 꺼내 들었다. 코르키를 고른 허원석은 대형 오브젝트를 두고 펼쳐진 대규모 교전에서 빛났다. 이상혁은 리산드라로 그런 허원석을 집요하게 마크했다. 마지막에 웃은 건 이상혁이었다. 게임 승패가 갈린 마지막 대규모 교전에서 허원석의 공격을 억제, 팀 승리에 이바지했다.
2세트에는 사일러스 대 르블랑의 맞대결이 나왔다. 경기 초반에는 허원석이 돋보였다. 허원석은 르블랑의 장점인 기동성을 잘 살려 협곡 곳곳을 쉴 새 없이 누볐다. 가는 곳마다 킬이 쏟아져 나왔다. 이때 한발 물러섰던 이상혁은 후반 대규모 교전에서 존재감을 발휘했다. 사일러스 특유의 뛰어난 생존력, ‘존야의 모래시계’를 이용한 어그로 핑퐁 등으로 킹존을 괴롭혔다. 결국 대규모 교전에서 완승한 SKT가 다시 한번 승점을 챙겼다.
두 선수는 마지막 세트에서도 ‘클래스’를 과시했다. 이상혁은 아칼리, 허원석은 아지르를 골랐다. 라인전 단계부터 치열하게 공격을 주고받았다. 이 세트의 백미는 29분 내셔 남작 둥지 근처에서 나왔다. 이상혁이 ‘커즈’ 문우찬(자르반 4세)을 암살, 킹존의 마지막 희망을 앗아갔다. 허원석도 과감한 스플릿 푸시로 SKT의 1차 포탑을 부수며 분전했다. 그러나 경기 승패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최상급 세션들도 있었다. ‘테디’ 박진성은 바루스로 두 번의 세트 MVP를 따냈다. ‘커즈’ 문우찬, ‘라스칼’ 김광희도 SKT의 우위가 점쳐졌던 초반 상체 싸움에서 결코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김광희는 1세트 6분 만에 김동하의 제이스를 상대로 솔로 킬을 따내기도 했다. 이 플레이는 킹존이 초반에 스노우볼을 굴려 나갈 수 있는 시발점이었다.
경기 결과만 놓고 본다면 일방적인 SKT의 승리로 마무리된 게임이었다. 그러나 내용은 어느 한 부분도 버릴 것 없이 훌륭했다. 봄 시즌의 디너쇼는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아직 스프링 결승전도 치르지 않았건만, 벌써부터 서머 시즌의 ‘페진아와 폰대관’ 디너쇼가 기대되기 시작한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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