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도심 한복판에서 최악의 무슬림 증오 범죄가 발생한 가운데 용의자가 SNS를 통해 범행 장면을 생중계해 충격을 주고 있다. 주요 소셜미디어들은 관련 영상과 계정을 삭제했지만 복사본이 확산되면서 ‘늑장 대처’ 논란이 일고 있다.
AP통신 CNN 등 외신에 따르면 현지시간으로 15일 오후 1시40분쯤 크라이스트처치 중심가에 위치한 알누르 이슬람 사원에 난입해 무차별적으로 총기를 난사했다. 이날 이슬람교의 예배일이라 사원 내에는 약 300명의 신도가 모여 있었다. 목격자들은 예비가 시작된 지 10분 후 검은 옷을 입고 자동소총을 든 용의자가 사원에 들어와 무릎을 꿇고 기도한 뒤 신도들을 향해 약 10분 간 총을 쐈다고 전했다.
이후 용의자는 알누르 사원에서 약 4.8㎞떨어진 린우드 이슬람 사원으로 이동해 총격을 가했다. 앞서 총격 용의자인 브렌턴 테런트는 트위터와 이미지 보드 사이트인 ‘8chan'에 74페이지짜리 반이민 선언문을 게시하고 링크를 걸어 놓은 뒤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이슬람 사원 공역 생방송을 진행한다고 예고했었다.
테런트는 선언문을 통해 자신을 호주의 저소득 노동자 가정 출신의 ‘평범한 백인 남성’이라고 소개한 뒤 “백인 민족주의 영웅들이 자신의 행동에 동기를 부여했다”고 밝혔다.
테런트는 또 카메라가 부착된 안전모를 쓰고 17분가량의 총격 영상을 생중계했다. 그는 알누르 사원에 도착하자 “파티를 시작하자”고 말했다. 트렁크에서 소총을 꺼내 사원에 진입한 용의자는 비디오 게임을 하듯 총기를 난사했다.
테런트의 카메라엔 희생자들뿐 아니라 총을 맞고 쓰러진 사람들을 향해 다시 총을 쏘는 확인 사살 장면까지 고스란히 담겼다. 테런트는 사원을 빠져나온 뒤 차량에 올라 카메라를 자신의 얼굴 방향으로 돌린 뒤 “총을 겨냥할 시간도 없었다. 타깃이 너무 많았다”고 말했다. 테런트는 또 비디오 게임 ‘포트 나이트’를 보면서 킬러 훈련을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뉴질랜드 경찰은 이번 테러 사건으로 49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아울러 페이스북과 유튜브, 트위터 등 주요 SNS는 뉴질랜드 경찰의 요청에 따라 관련 영상과 계정을 모두 삭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얼마 후 총격 동영상 복사본이 재등장하면서 일반 사용자들에게 노출됐다.
미국 정치권에서 ‘늑장 대처’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민주당 대선 경선 주자인 코리 부커 상원의원은 “테크노기업들이 도덕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며 “더 빨리 영상을 끌어내렸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마크 워너 상원의원도 “증오 콘텐츠가 페이스북에 생중계되고 삭제 후에도 유튜브와 레딧 등을 통해 마구 증폭되는 게 현실”이라며 “거대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얼마나 악용되는지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마이크 부시 경찰청장은 이번 총격 사건으로 알누르 사원에서 41명, 린우드 사원에서 7명, 병원에서 1명이 숨졌고 48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밝혔다. 경찰 측은 사건 이후 주범 1명과 공범 2명을 붙잡았다. 경찰은 사건 현장에서 4명을 체포했지만 1명은 사건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고 풀어줬다고 전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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