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90대 노인의 생일에 5만 통이 넘는 축하카드가 도착했습니다. 노인은 연예인도, 유명인도 아니었습니다. 평범한 노인의 생일에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축하의 메시지를 보낸 걸까요.
미 ABC뉴스는 13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에 사는 듀안 셔먼(96)이 특별한 생일을 맞게 된 사연을 전했습니다.
듀안의 딸 수 모스는 지난해 12월 30일 96번째 생일을 맞은 아버지를 특별한 방법으로 축하해주고 싶었습니다. 수는 평소 듀안이 편지 받는 것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떠올렸습니다. 수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아버지에게 생일 축하카드를 보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수는 “아버지는 나에게 특별한 존재일 뿐만 아니라, 이 나라에도 큰 공로를 세웠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실 듀안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해군에서 복무한 참전용사였습니다. 듀안은 전투로 인해 부상을 입은 군인에게 수여하는 ‘퍼플 하트 훈장’을 받았습니다. 당시 듀안이 탑승했던 USS 램슨호는 일본 가미카제 특공대의 공격을 받았고, 30명의 군인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듀안은 겨우 살아남았지만, 그의 등에는 아직도 파편 한 조각이 남아있다고 합니다.
수가 SNS에 올린 듀안의 사연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공유되며 퍼져나갔습니다. 해당 지역의 신문까지 그의 사연을 보도했습니다. 언론들은 “당신이 편지를 보내고 싶다면 이곳으로 보내라”면서 듀안의 주소를 함께 실었습니다.
며칠 후 듀안의 집으로 편지가 한 통씩 도착하기 시작했습니다. 수는 처음 SNS를 통해 편지를 요청했을 때 160장의 카드를 기대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수의 예상을 뛰어넘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듀안의 생일을 기준으로 5만 통이 넘는 편지가 도착한 것입니다. 편지는 미국 50개 주와 10개 국가로부터 날아왔고, 생일이 2주가량 지난 현재까지도 편지 행렬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편지를 받은 듀안은 “믿을 수 없을 만큼 기뻤다. 사람들이 나에게 보내준 좋은 메시지는 나의 하루를 밝게 만들고 있다”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사실 듀안은 앞을 거의 볼 수 없다고 합니다. 그의 딸과 지인들이 편지를 큰 소리로 읽어주고 있습니다. 듀안은 지금까지 약 1700통의 편지를 읽었다고 합니다. 듀안은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편지를 읽을 것이고, 모든 편지에 답장을 쓰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듀안에게 전해진 5만 통의 편지는 미국인들이 참전용사에 대해 얼마나 많은 존경심을 가지고 있는지를 방증합니다. 수는 “우리 모두는 참전용사를 자랑스러워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그들을 존경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조국을 지키기 위해 젊은 날을 바쳐 적과 맞서 싸운 수많은 참전용사들이 있습니다. 그들에게 국가 차원의 지원이 이뤄지고 있기도 하죠. 그러나 한편으로 또 우리는 생활고를 겪고 있는 참전용사의 소식을 심심치 않게 듣곤 합니다. 참전용사에게 평소 감사함을 가지고 살아가는 시민들도 많지 않습니다. 수많은 사람에게 축하와 감사의 인사를 들은 듀안의 기분 좋은 소식은 우리를 되돌아보게 합니다.
[사연뉴스]는 국민일보 기자들이 온·오프라인에서 접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독자 여러분과 공유하는 코너입니다. 살아 있는 이야기는 한 자리에 머물지 않습니다. 더 풍성하게 살이 붙고 전혀 다른 이야기로 반전하기도 합니다. 그런 사연의 흐름도 추적해 [사연뉴스 그후]에서 알려드리겠습니다. [사연뉴스]는 여러분의 사연을 기다립니다.
강문정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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