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빈소에 박지만 이지(EG) 회장과 그의 부인 서향희 변호사가 찾아와 조문한 소식이 전해지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김 전 총리의 생전 관계가 재조명 되고 있다. 특히 김 전 총리 빈소에 이명박 전 대통령의 조화만 있고 박 전 대통령의 조화는 없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애증관계가 더 관심을 받고 있다.
김 전 총리와 박 전 대통령은 인척관계다. 김 전 총리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다. 김 전 총리의 부인 박영옥씨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형 박상희씨의 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겐 사촌 형부인 셈이다.
1950년 한국전쟁 당시 김종필 당시 소위는 육군 정보국에서 박정희 중령과 함께 근무했다. 김 소위는 대구에 주둔하고 있던 부대에 ‘박 중령’을 찾아온 박영옥씨를 처음 만났고 이듬해 2월 대구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인척이 된 후 1961년 5‧16 쿠데타의 동지가 된 박정희와 김종필은 박정희 집권체제에서 국무총리를 지내며 2인자의 삶을 살았다. 그러나 쿠데타로 정권을 빼앗은 박정희 전 대통령은 같은 방식으로 권력을 잃게 될까봐 걱정하면서 김 전 총리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소원해진 두 사람의 관계는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까지 이어졌다. 특히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김 전 총리가 박 전 대통령이 아닌 상대 후보였던 이명박 전 대통령을 지지하면서 갈등은 더욱 첨예해졌다.
2008년 김 전 총리가 뇌졸중으로 쓰러졌을 때도 박 전 대통령은 무관심했다. 서먹했던 두 사람의 관계는 김 전 총리가 2013년 대선 당시 박 전 대통령의 지지를 표하면서 개선되는 듯 보였다. 박 전 대통령도 김 전 총리의 ‘미수(88세)’를 축하하는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더 이상의 관계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다. 2016년 11월 시사주간지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막상 의지하고 도와줄 사람은 나밖에 없을 텐데 전혀 자문을 구한 적이 없다”며 서운해 했다.
박 전 대통령이 국정농단 사태로 퇴진 압박을 받는 것에 대해서도 김 전 총리는 “하야? 죽어도 안 해. 그 고집 꺾을 사람 하나도 없어. 5000만 국민이 달려들어 내려오라고, 네가 무슨 대통령이냐고 해도 거기 앉아 있을 고집쟁이”라고 쓴 소리를 하기도 했다.
김 전 총리의 예상대로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10일 헌법재판소 탄핵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대통령 자리를 지켰다. 탄핵결정으로 대통령에서 물러난 박 전 대통령은 3월31일 구속됐다.
한편 김 전 총리는 지난 23일 오전 8시15분 신당동 자택에서 향년 92세로 별세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일가를 대신해 박지만 회장 부부가 24일 조문했다. 박 회장 부부는 쏟아지는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담으로 일관한 채 자리를 떠났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박 전 총리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 조화를 보냈다. 문재인 대통령의 이름으로 보내진 조화도 빈소에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의 화한은 보이지 않았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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