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법촬영 범죄를 제대로 수사해달라’는 요구에서 출발한 여성들의 외침이 점차 커지고 있다. ‘몰카’ 피해자가 여성일 때에도 신속한 수사와 처벌을 촉구한 두 차례의 집회에서 참가자들은 “나의 일상은 너의 포르노가 아니다”라는 글이 적힌 손팻말을 들었다. 이들은 다음달 7일 혜화역 1번 출구 앞에서 3차 집회를 열 계획이다.

15일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 시위 운영진인 ‘불편한 용기’측은 3만명이 참여하는 집회를 열겠다는 내용의 집회 선고서를 경찰에 제출했다. 해당 시위는 혜화역 1번 출구 청운예술극장 앞 4개 차로와 인도에서 열릴 예정이며 구체적인 시작 시간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들은 당초 3차 시위를 서울 여의도공원 문화마당에서 여는 방안도 고려했으나 고립된 공간보다는 유동인구가 많은 공간에서 취지를 알리고자 종전과 마찬가지로 시위 장소를 혜화역 앞으로 선택했다. 주최측은 “혜화가 좁고 불편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잘 보완해 안전한 시위를 위해 힘쓰겠다”고 밝혔다.
◆ 여성 분노 거세지자 5개부처 나서 “몰카와 전면전” 약속
지난달 19일 열린 1차 시위에는 당초 주최 측 신고인원 2000명의 6배가량인 1만2000명의 참가자가 모였다. 주최측은 이를 감안해 2차 집회 참여 인원을 1만명으로 신고했으나, 당일 집회에는 주최측 추산 4만5000여명의 참가자가 모였다. 이렇게 시위 참여자가 갈수록 늘어가는 등 여성계의 분노가 커지자 정부는 불법촬영 범죄 근절을 위한 특별 메시지를 발표했다.

정부는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교육부·법무부·행정안전부·여성가족부·경찰청 5개 관계 부처 합동으로 불법촬영 범죄 근절을 위한 공동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정부는 △불법촬영 카메라 탐지기 재원 50억 확보 및 공중화장실 등 일제점검 △불법촬영 다발 시간·장소 예방 및 단속 강화 △불법촬영물 공급자 수사 강화 △해외 수사기관과의 공조수사 등을 약속했다.
김부겸 행안부 장관은 이날 담화문에서 “여성에 대한 반문명적 범죄인 불법촬영을 근절하겠다”며 “특별재원으로 몰카 탐지기를 대량 확보해 공중화장실 5만 곳을 상시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정현백 여가부 장관은 “혜화역 시위는 그동안 우리 사회의 성차별적 구조와 문화에 억눌려온 여성들의 분노가 ‘홍대 불법촬영 사건’을 계기로 폭발한 것”이라며 “디지털 성범죄를 포함해 일상화한 폭력과 차별에 맞서는 여성의 외침에 온 마음을 다해 귀 기울이고 온 열성을 다해 응답하겠다”고 말했다.

◆ 정부 대책에도 ‘혜화시위’ 주최측은 ‘싸늘’
15일 오후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이철성 경찰청장은 동국대학교와 장충단공원, 동대입구역과 명동역 등 서울 중구 일대 공중화장실의 불법촬영기기 설치 여부를 점검하는 시간도 함께 갖기도 했다. 여가부는 당초 ‘불편한 용기’측에도 해당 행사에 참여해 구체적인 요구 사항에 대해 발언할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주최측은 “4만5000명이 참여한 시위의 영향력에 편승해 정치적인 목적으로 ‘정부가 충분히 노력하고 있음’을 보여 주려는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며 참석을 거절했다.

또 주최측은 이번 범정부 대책 역시 실효성 있는 대책이 아님을 지적했다. 이들은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 계류 중이라고 하지만 단 1건 조차도 아직 구체적 법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라며 “지난해 11월 수립, 발의된 법안은 7개월이 넘어 지금까지도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으며 7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무수히 많은 여성이 불법촬영 피해자가 됐다.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겠다’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담화문을 통해 불법 촬영 피해자의 입장을 이해하고 있으며 강력한 대응책을 취하겠다고 발표했으나, 각 정부 부처에 주어진 각각의 과업이 구체적으로 언제까지 어떻게 시행될지에 대한 계획표나 일정표는 공유하지 않았다”면서 “‘말뿐인 정부’ ‘일회성인 정부’를 너무나도 많이 목격했다. 단순히 ‘보여주기 식 발표’만으로 끝나지 않도록 법안 통과 및 실현에 대한 대응책을 빠른 시일 내에 마련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신혜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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