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 ‘K9 자주포 폭발사고 진실을 규명해주세요’라는 청원글이 올라왔다. 모두에게서 잊혀져가고 있는 사건이지만 유족들은 여전히 사건이 발생한 날에 멈춰있다. 경기도 시흥에 사는 위광일(51)씨 역시 지난해 하나밖에 없는 아들 동민(20)씨를 잃고 하루하루를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위 병장은 작년 8월18일 강원도 철원 육군 부대에서 발생한 K-9 자주포 사격 중 발생한 화재 사고로 부상을 당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숨을 거뒀다. 육군은 사고에 대해 21일 “이번 사고는 북한의 도발 위협이 고조된 가운데 적 화력 도발 시 즉각 대응 사격이 가능하도록, 장거리 포병 사격의 정확도 향상을 위한 포구초속 측정 사격을 실시하던 중 발생했다”고 밝혔다. 포구초속 측정 사격이란 포탄이 포구를 떠나는 순간 속도를 말한다. 포구초속 측정 사격은 포탄 사격 간 오차를 최소화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발사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한 후 탑승하고 있던 7명 중 이태균 중사(26)가 현장에서 사망했다. 부상자 6명은 국군 수도병원으로 후송됐다. 이중 정수연 일병(22)과 위동민 병장(20)의 상태는 심각했다. 결국 정 일병과 위 병장도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총 3명이 사망하고 4명이 부상당한 큰 사고였던 만큼 군 당국은 사고 직후 민·관·군 합동조사위원회(이하 조사위)를 꾸렸다. 그리고 12월26일 조사결과를 발표했는데, 사고 원인을 ‘기계적 문제’로 결론을 내렸다. 조사위는 사고의 원인으로 격발 스위치가 오작동을 일으켜 자동 격발된 점, 폐쇄기(탄약·장약을 삽입하고 밀폐하는 장치)가 닫히지 않은 점, 닫히지 않은 폐쇄기에서 나온 화염이 바닥에 놓아둔 장약(화약)을 급속으로 연소시킨 점 등 크게 3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일어나 사고가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K-9 자주포 개발 기관인 국방과학연구소(ADD)와 제조사 측이 사고원인 조사과정에서 자신들의 참여가 배제됐다며 조사결과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사고는 발생했지만 원인은 밝히지 못하면서 실질적인 진상은 규명되지 않은 것이다.
이렇게 조사 결과 석연치 않은 점 때문에 위 병장을 비롯한 유족들은 육군의 발표를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위씨는 “국방부나 육군본부, 장비 제조사 모두 이 사건에 대해 무책임하게 대응하고 있다”며 “자주포 개발 후 검증도 제대로 하지 않고 실험 사격을 했다”고 주장했다.
또 “육군이 희생 병사들을 ‘실험대상’으로 이용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위씨는 “당시 사고는 뇌관의 비정상적인 압착 폭발과 폐쇄기 기능 결함으로 인해 화염이 유출됐고, 자주포 내에 있던 장약이 폭발된 것으로 보고 있다”며 “K9 자주포 내에는 3호 장약까지 들어가는 장약함이 마련돼 있다. 하지만 하고 당시 3호 장약보다 길이가 긴 5호 장약을 사용해 사격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위씨는 1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청원글을 올리며 외로운 사투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청원에서 “혹시 기억하시냐. 우리 아들들이 장비결함으로 실험 사격 중 장약이 폭발로 순직했다”면서 “군조사 결과 장비결함이라고 한다. 그러나 장비 제조사는 납득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면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가?”라고 적었다. 이어 “대통령께서 한 점 의문 없이 진실을 규명하겠다 하셨다. 악속을 지켜달라. 장비 제조사의 공개수사를 청원한다. 아들들의 억울함을 명확히 밝혀달라”고 덧붙였다.
8일 오후 6시 현재 6만여명에 육박했다. 적지 않은 숫자지만 청와대가 답변을 내놓은 20만명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었다. 위씨는 청원 이후 고 이태균 상사, 정수연 상병의 유족들과 함께 국방부, 육군본부, 청와대를 찾아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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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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