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심부전증을 앓고 있던 50대 기초생활수급자가 노역장에 유치된 지 이틀 만에 숨을 거뒀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벌금낼 돈 150만원이 없어 맞은 비극이었다.
※노역장(勞役場): 벌금 또는 과료를 납입하지 아니한 자에 대하여 선고되는 환형처분
한겨레 21일 보도에 따르면 사망한 김모(55)씨는 지난해 12월 서울의 한 마트 의자에 놓여 있던 핸드백을 훔친 혐의(절도)로 벌금 150만원의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훔친 물품의 총액은 80만원 남짓이었다.
그는 기초생활수급자였다. 매달 70만원 정도의 지원을 받아 서울 종로구 쪽방촌에 사람 한 명이 간신히 들어갈 수 있는 방을 얻어 혼자 생활했다. 주로 일용직과 노숙생활을 전전했다. 때문에 김씨의 지인들은 그가 벌금 150만원을 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심지어 그는 ‘폐부종을 동반한 심부전’ 환자였다. 수술을 받아야 했으나 그에게는 병원비가 없었다. 김씨의 사정을 안타깝게 여긴 담당 의사는 백방으로 수소문한 끝에 그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이기 때문에 긴급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하지만 긴급지원금 100만원으로 수술비와 입원비를 모두 감당하기엔 모자라 김씨는 지난해 12월 9일 중간정산을 하고 퇴원했다. 그리고 퇴원한 지 나흘 만인 13일 구치소 신세를 지게 됐다. 핸드백을 훔친 벌금 150만원을 납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틀 뒤 15일 오전 8시45분, 그의 상태가 심각해졌다. 그는 곧바로 경기 안양시 한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한시간여 만에 숨졌다. 부검 결과 사망 원인은 ‘심부전 악화’였다.
당시 김씨가 작성한 ‘체포·구속 피의자 신체확인서’를 보면 “지난달 급성 심부전증으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 치료 중 최근 퇴원해 약물치료 중에 있으며, 이 병으로 인해 가슴과 머리가 아파 거동이 불편하다”고 적혀 있었다.
하지만 구치소와 법무부 그리고 검찰 측은 “법과 원칙에 따른 일”이라는 말만 반복했다.
김씨의 동생은 “퇴원한 지 나흘밖에 안 된 사람을 벌금 150만원 때문에 꼭 가뒀어야 했는지 의문”이라면서 “힘겹게 살아온 형이 너무 허무하게 떠난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가족들은 김씨의 장례를 아직 치르지 않은 상태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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