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생들은 수업을 거부했고 교수는 ‘봉변’이라고 말했다.
동덕여자대학교 문예창작전공 교수이자 소설가인 하일지(62·본명 임종주)씨는 그동안의 수업 내용이 자신의 양심에 어긋난 게 아니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그러면서 교수직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하씨는 19일 동덕여대 100주년 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은 ‘미투’와 관련해 사과할 것이 없으며 도리어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4일 수업 도중 미투 운동을 폄훼하는 발언을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튿날에는 동덕여대 재학생 A씨가 2016년 2월 하씨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SNS를 통해 폭로했다.
하씨는 기자회견에서 자신을 “소년시절부터 오늘까지 오직 문학이라는 외길만을 걸어온 사람”이라고 설명하며 “처음 문학교수가 되었을때 문학인 사회 일각에서는 이론과 실기를 겸비한 최고의 문학교수라는 평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던 중 최근 느닷없는 봉변을 당했다. 미투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무례하고도 비이성적인 것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또 “14일 진행된 ‘소설이란 무엇인가’라는 강의 몇토막이 악의적으로 유출돼 언론에 배포됐고 선정적 보도를 쏟아냈다”면서 “문학에 대해 문외한인 티비 패널들이 둘러앉아 내 강의에 대해 신중하지 못한 말들을 쏟아냈다”고 격분했다. 하씨는 “그 결과 평생을 두고 오직 문학의 길을 걸어온 나는 졸지에 대중 앞에서 인격살해를 당해야 했다. 이제 문학교수로서의 나의 자긍심은 깊이 상처를 입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신을 지키기 위해 강단을 떠나 작가의 길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 타협을 권하기도 했지만, 소신을 지키는 것이 학생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마지막 모범이라고도 했다. 자신의 강의에 대한 자부심도 드러냈다. 그는 “나는 교육자로서 정말 필요한 것을 가르치려 했다”면서 “소설가는 인간의 진실에 도달하려 하기에 학생들에게 가르쳤던 것이 내 양심에 어긋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성추행을 폭로한 피해자에 대해서는 “그 학생은 나와 있는 시간이 행복하다고 했다”면서 “내가 프랑스에 있을 때 따라가면 안되겠느냐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폭로자의 팩트가 사실에 얼마나 부합하는가, 그것이 고백자의 진실한 감정인가, 고백자의 의도는 무엇인가 하는 차원에서 생각해봐야 한다”면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김지은씨를 두고 자신이 했던 발언에 대해서도 같은 태도를 취했다. 김씨에 대한 입장에 변화가 없느냐는 질문에 하씨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앞서 그는 강의 중 김지은씨가 이혼녀라는 사실을 언급하며 “이번 일은 이혼녀 욕망 때문에 벌어진 사건일 수 있다”면서 “처녀는 성관계를 할 때 심리적으로 두려워 거부하지만 이혼녀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안 전 지사가 가정을 이루자고 했다면 그녀의 행동도 달라졌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수업자료로 쓰던 소설 ‘동백꽃’을 말하면서 “처녀가 순진한 총각을 따X으려는, 감자로 꼬시려고 하는 내용”이라며 “점순이가 남자애를 강간한 것인데, 얘도 ‘미투’해야겠네”라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동덕여대 재학생들은 그의 ‘소설이란 무엇인가’ 강의에 대해 수업거부운동을 벌였다. 또 SNS와 학내 대자보 운동을 펼쳤다.
교내에 게시된 ‘하일지 교수 망언 모음집’이라는 제목의 대자보에는 “우리나라 페미니즘은 잘못됐다. 유럽 사람들은 ‘이런 페미니즘’을 하지 않는다” “페미니즘 배우지 마라. 남자 싫어하는 법만 배운다” 등의 발언이 소개됐다. 또 “여자애들은 (성적인) 경험이 없을수록 글이 별로다” “여자는 본능적으로 남자에게 선택받고 싶어한다” “나는 너같이 ‘여류작가’ 냄새가 나는 것들을 혐오한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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