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외국어고에 입학했다가 자퇴한 딸 이야기를 공개했다. "학생이 하고 싶은 공부를 하도록 놔두지 않는" 외고의 실태를 지적하면서였다.
이 교육감은 23일 연합뉴스와 취임 3주년 인터뷰를 하며 ""과거 외고에 입학한 내 딸이 '학교가 아닌 것 같다'며 1학년 때 일반학교로 옮기겠다고 하더니 2학년 때 결국 자퇴했다"고 밝혔다. 그는 "딸이 영어를 잘해서 번역문학가가 돼 우리나라 소설과 시를 번역하는 역할을 해주길 바랐다"면서 "그런 마음으로 외고에 보냈는데, 결국 딸은 자퇴하고 집 근처 일반학교로 옮겼다"고 말했다.
이 교육감은 딸이 자퇴를 결심한 결정적인 이유로 '학교가 학생이 하고 싶은 공부를 하도록 두지 않았다'는 점을 꼽았다. 그러면서 외고 및 자사고 폐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개인적인 경험 때문에 외고와 자사고 폐지를 말하는 건 아니다"라며 "요즘 외고, 자사고를 보내려는 건 의사가 되거나 고시에 패스하거나 좋은 직업을 갖도록 하려는 것 아닌가. 이런 학교가 끊임없이 경쟁을 유발하고 입시, 사교육 열풍의 주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외고, 자사고를 없애는 게 목표가 아니라 모든 일반학교를 외고, 자사고처럼 수준을 끌어올리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수목적고인 과학고를 신설하는 대신 시내 28개 일반학교를 모두 특색있는 '교과중점학교'로 전환한 부천시 사례를 공교육이 나아갈 방향으로 소개했다.
교과중점학교들은 저마다 영어, 수학, 과학 등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영어중점학교, 과학중점학교 등으로 학교를 운영하면서 교육과정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게 된다. 시는 재정을, 교육청은 교원을 지원하며 협력한다. 이 교육감은 "교과중점학교와 같은 방법이라면 일반학교가 모두 외고도 되고, 과학고도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새 정부의 교육개혁 과제로는 '교육 자치의 강화'를 꼽았다. 이 교육감은 "지금은 지역 주민이 교육감을 뽑는 민선교육감 시대"라며 "경기도 교육과 경남 교육은 달라야 하는데 교육부가 획일화된 정책으로 시도교육청을 통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원 선발권, 교육과정 편성권 등 유치원과 초·중·고 교육을 모두 시도교육감에게 이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년 지방선거 출마와 관련해서는 "도민의 요청에 따를 것"이라며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