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파랗게 젊은 것들… 못해 먹겠다” 이기동 원장 국감 발언 파문

“새파랗게 젊은 것들에게 이 수모를 당하고, 못해먹겠다.”

이기동(73)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이 30일 오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 국정감사를 받던 중 화장실에 갔다가 비서에게 한 이 말이 공개돼 국감이 파행을 빚었다. 

지난 21일 임명된 이 원장은 국감 시작부터 횡성수설과 기행으로 몇 차례 지적을 받았다. 질의를 하는 국회의원에게 “선생님”이라고 호칭을 하는가 하면, 의원 질의를 받던 중 갑자기 화장실에 가기도 했다. 

이 원장은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사장 선임 과정에 대해 질의하면서 “원장직 수락 전 청와대나 교육부의 지시나 협조요청을 받았냐”고 묻자 갑자기 목소리를 높이며 “저는 목숨을 걸고 얘기하는데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그러더니 불쑥 자리에서 일어나 “갑자기 신체상의… 화장실을 잠깐만…”이라는 말과 함께 국감장을 나가버렸다. 유성엽 교문위원장의 제지도 소용이 없었다. 

사건은 화장실에서 돌아온 뒤 벌어졌다.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 원장에게 화장실에서 보좌관과 무슨 말을 했는지 물었고, 이 원장이 우물쭈물하자 “보좌관에게 ‘내가 안하고 말지. 이 새파랗게 젊은 것들에게 수모를 당하고 못해 먹겠다’ 이런 말을 하는 것을 들었다”고 공개했다. 이 원장보다 먼저 화장실에 가 있던 신 의원이 이 원장 말을 듣게 된 것이다. 

이 원장은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사람이 많이 몰려드니까 ‘왜 이러는거야’라는 식으로 제지했다”고 해명했지만, 유 위원장은 “이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없는 망언이자 폭언”이라며 국감을 중단시키고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결국 이 원장의 비서는 해당 발언을 인정했다.  

의원들은 회의를 정회하고 이 원장의 문제 발언과 거짓 해명을 어떻게 처리할지 논의하기로 했다. 또 이 원장을 선임하는데 관여한 이영 교육부 차관을 오후 회의에 참석시켜 질의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오전 국감에서 이 원장은 문제의 화장실 발언에 앞서 제주 4.3사건을 ‘폭동’으로 규정해 거센 비판을 받았다. 또 한중연 이사회에서 이기동 원장을 추천한 인물이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인 사실도 논란이 됐다. 이 부회장은 최근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설립에서 주요 역할을 맡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동국대 사학과 석좌교수를 지낸 이 원장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옹호한 대표적 원로학자다. 뉴라이트 계열 교과서포럼의 대안교과서 ‘한국근현대사’의 추천사를 쓰기도 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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