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배우들의 연기 비결은 무엇인가요?” 입 떡 벌어진 일본 연수생들

“한국 배우들의 폭발적인 에너지와 뛰어난 연기력의 비결은 무엇인지 궁금해요.”

17일 서울 용산구 국립극단 연습실. 일본 신국립극장 연극연수소의 연수생 9명과 한국 국립극단 차세대 연극인 스튜디오의 참가자 18명이 만났다. 3년 과정의 신국립극장 연극연수소는 대학에 연극영화과가 거의 없는 일본에서 일반적인 극단 소속 배우양성소를 빼면 배우를 체계적으로 양성하는 대표 기관이다. 그리고 국립극단 차세대 연극인 스튜디오는 16주간에 걸쳐 운영되는 배우 재교육 프로그램으로 프로 무대에 입문한지 얼마 안된 배우들을 대상으로 한다. 이날 만남에서 신국립극장 연수생들은 한국 배우들의 연기 훈련법에 대한 궁금증을 감추지 못했다.

연수생 무라오카 테츠지는 “일본에서 한일공동제작 연극 ‘아시아 온천’ ‘야끼니꾸 드래곤’을 비롯해 몇 편의 작품에서 한국 배우들을 본 적이 있는데, 머리로 생각하고 계산해서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장면에 따라 순식간에 감정을 끌어올리는 것에 큰 인상을 받았다. 아마도 이게 일본과 한국 배우들의 큰 차이인 것 같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국 배우들은 “한국인 특유의 ‘한’과 ‘흥’이라는 감정이 연기에 도움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답했다.

양국 배우들의 이번 교류는 신국립극장이 지난해 국립극단에 젊은 연극인들의 교류를 제안해 성사된 것이다. 우선 올해 한국을 찾은 신국립극장 연극연수소 연수생들은 국립극단이 현재 공연하고 있는 ‘더 파워’ ‘노래하듯이 햄릿’ ‘허물’을 관람하는 것은 물론 개막을 앞둔 ‘문제적 인간 연산’ ‘어느 계단 이야기’의 리허설을 보고 국내 연출가 및 배우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또한 국립극단 차세대 연극인 스튜디오의 강의 프로그램인 요가, 철학 등의 수업을 함께 듣는가 하면 예술의전당과 국립극장, 대학로 등을 방문해 한국 연극계 환경과 제작 시스템을 둘러봤다.

뭐니뭐니 해도 이날 양국 배우들끼리의 직접적인 대화가 서로의 궁금증을 풀어주는데 큰 역할을 했다. 배우 트레이닝과 관련해 양국 모두 기본적인 연기 훈련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가운데 일본은 올바른 자세를 위해 전통무용을 중시하는데 비해 한국은 최근 뮤지컬 붐으로 노래 연습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특히 대화를 꽃피웠던 주제는 ‘연극배우로 먹고 살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한국 배우 이정근의 질문으로 시작돼 양국 배우들은 너도나도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으면 안되는 연극배우 생활에 대해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 배우들은 일본에선 연극배우가 극단 아니면 사무소에 소속되는 것에 흥미를 드러냈다. 한국에서 사무소는 대부분 영화나 TV에서 활동하는 연예인이나 들어가는 것인데 비해 일본 사무소는 연극배우까지 들어가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일본 대형 극단들의 경우 배우들의 생계를 위해 직접 매니지먼트 한다는 사실도 한국과 큰 차이를 보였다. 반면 일본 배우들은 한국의 예술강사 제도에 큰 관심을 드러냈다. 학교나 지역사회에서 예술교육 활성화를 위해 공공기관인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만들어진 경위나 예술강사가 되기 위한 자격 요건에 대해 꼼꼼히 물어봤다.

김윤철 국립극단 예술감독은 “내년 상반기에는 국립극단에서 신국립극장으로 연수를 가는 등 앞으로 이 교류 프로그램을 정례화 시킬 예정이다. 일본의 경우 연극 제작 시스템이 한국보다 우수한 점이 많기 때문에 배우뿐만 아니라 기술 스태프와 기획 인력 등도 보내려고 한다”면서 “교류라는 것이 처음부터 바로 성과를 낸다기보다는 미래를 위한 투자인 만큼 양국에서 꾸준히 해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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