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에서 한국어 열풍이 불고 있다. 열기는 도가 지나쳐 사전을 훔쳐 ‘도둑 공부’까지 한다고 전해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쿠바 수도 아바나 신시가지의 호세마르티 문화원에서 한국어 강좌를 하는 김익환(46) 교수는 한국 국제교류재단에서 보낸 소포 가운데 한-스페인어 사전이 절반 가까이 증발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한국에서 70권 보냈는데 지금 30권밖에 없다“며 어쩔 수 없다는 듯 너털웃음을 지었다. 이는 2주전 국제교류재단에서 보낸 한-스페인어 사전 도난 사건을 말하는 것이다.
김 교수는 외교부 산하 국제교류재단에서 1년 3개월 전 파견돼 현지인들에게 한글을 가르친다.
김 교수는 "학원에 비치하고 공용으로 쓰려했는데 수강생들이 대부분 가져간 듯 하다"며 "이미 소포가 학원에 도착하기 전 우체국에서도 많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현지에는 한-스페인어 사전을 구하기가 어렵거니와 1만∼2만원씩 하는 사전을 사는 것도 수강생들에게는 적잖은 부담이 된다.
한국어 강좌를 듣는 수강생은 100여명. 3년 과정으로 학비는 무료다. 90% 이상이 여성으로 최고령자는 58세 주부다.
일요일을 제외하고 1주일간 초·중·고급반 수업이 하루 두 시간씩 두차례 진행된다.
수강생의 직업은 고등학생과 교사, 대학생, 교수, 공무원, 변호사 등 다양하다.
나이와 직업은 각기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드라마를 보려고' 한국어를 배우는 것이다.
쿠바의 한국 드라마 '열풍'은 최근 2년간 폭발적으로 생겨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3년 2월부터 국영방송인 '카날 아바나'를 통해 '내조의 여왕', '아가씨를 부탁해', '드림하이'가 방영됐고 올해에는 '궁'에 이어 '대장금'이 방영되고 있다.
쿠바의 일부 '골수 팬'들은 현재 한국에서 방영되는 드라마를 이르면 이틀 후에 볼 수도 있다고 김 교수는 말했다.
한국 드라마가 거의 실시간으로 쿠바에 전파되는 셈이다.
한국의 재외 국민이 영화, 드라마, 뉴스 등을 방영 직후 볼 수 있는 웹사이트가 많고, 여기서 내용물을 다운로드받은 지인으로부터 USB 등을 통해 얻는 것이다.
대부분 미국 로스앤젤레스나 마이애미, 멕시코에 사는 지인들이 이를 다운로드해 쿠바에서 인터넷 사정이 좋은 각국 대사관에 근무하는 현지 직원 등에게 보내고 이후 확산하는 형태다.
드라마 속의 한국 탤런트, 한국의 모습 등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현지인들을 한국어 강좌로 불러모으지만 언젠가 이 열풍이 순식간에 사라질 가능성도 있다고 김 교수는 우려했다.
김 교수는 과거 일본 동영상이 쿠바에 확산하면서 이질적인 아시아 문화를 알고 싶어하는 열풍이 일었으나 거품 꺼지듯 사라진 사례를 예로 들었다.
이 때문에 드라마로 한국의 문화에 대한 호기심이 고조됐을 때 한국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 학생이나 문화단체, 전문가들이 서로 방문하고 문화 공연도 추진하는 등 폭넓은 교류가 필요하다고 김 교수는 제안했다.
미국과의 국교 정상화로 쿠바가 더욱 발전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에 수강생들은 대부분 동의했지만 피부로 느끼는 변화가 그다지 빨리 오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한국과의 수교에 이의를 제기하는 수강생은 아무도 없었다고 전했다.
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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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사전까지 훔쳐 한국어 도둑 공부 열풍…“한국 드라마 보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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