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북한인권법..한건도 본회의 통과못해

국제사회가 북한인권 문제를 공론화하면서 국회에 계류 중인 북한인권법 처리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새누리당은 유엔총회의 북한인권결의안 채택을 지렛대 삼아 남은 정기국회 기간에 북한인권법을 처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새누리당 유기준 의원은 19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결의안 채택을 계기로 외통위에서도 북한인권법 처리에 속도를 낼 것”이라면서 “이번 정기국회 안에 마무리 지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소속 의원 5명이 각각 대표 발의한 북한인권법을 통합해 단일 법안으로 만드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외통위원인 심윤조 의원 측 관계자는 “야당이 발의한 법안 가운데 수용할 수 있는 부분도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면서 “기존 새누리당의 법안보다 전향적인 내용이 담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누리당은 이달 중 법안을 제출해 야당과 본격적으로 협의에 나설 계획이다.

북한인권법은 2005년 당시 한나라당 김문수 의원이 처음 발의한 이후 현재까지 총 8건이 국회에 제출됐다. 이 가운데 3개 법안은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19대 국회 들어 새누리당 윤상현 황진하 이인제 조명철 심윤조 의원이 각각 발의한 북한인권법의 큰 틀은 엇비슷하다. 북한의 인권을 증진시키기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을 강조한 게 핵심이다. 통일부에 북한인권자문위원회를 설치하고 통일부 장관이 3년마다 북한 인권기본계획을 수립해 시행하도록 했다. 북한주민의 인권을 증진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활동하는 민간단체에 경비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보조할 수 있게 하는 내용도 담겼다. 다만 법 적용 대상을 북한주민으로 한정할지, 북한이탈주민과 국군포로 등도 포함할지 등 세부적인 내용은 조금씩 다르다.

새정치민주연합이 가장 반발하는 대목은 민간단체에 대한 지원 부분이다. 대북전단 살포 단체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북한인권법 제정이 자칫 북한 정권을 자극하고 내정간섭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우려도 하고 있다. 새정치연합 한정애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인권과 평화는 따로 생각할 수 없는 문제”라면서 “남북화해와 긴장완화가 북한 인권의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새정치연합이 제출한 북한주민인권증진법안(심재권 의원)과 북한주민에대한인도적지원에관한특례법(인재근 의원)은 북한주민의 생존권과 기초 생활을 보장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인도적 지원은 남북간 정치·군사 상황과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을 명문화했다.

이처럼 여야가 북한 인권에 접근하는 인식 차가 크다보니 외통위에서 관련 법안을 수차례 심의했지만 절충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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