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이흥우] 돈이냐 명예냐

Է:2014-05-17 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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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명예 그리고 권력을 꿈꾸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이 모든 조건을 갖추기란 쉽지 않다. 권력을 잡으면 돈과 명예가 자동적으로 따라오던 시대도 있었지만 분업화된 현대에서는 이런 경우를 찾기 어렵다. 이 세 가지 가운데 어느 한 가지만 성취해도 성공한 인생이라고 평가받는 시대다.

돈과 명예는 대학생들이 인생에서 가장 원하는 것이기도 하다. 최근 한양대 배영찬 교수팀이 신입생 436명을 대상으로 ‘인생에서 가장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18.8%가 ‘돈·명예·지위’라고 대답했다. 물론 ‘가정·화목’이 40.1%로 가장 많았지만 눈여겨볼 대목은 돈과 명예를 택한 응답자가 10년, 20년 전에 비해 급격히 늘었다는 점이다. 돈·명예를 최고의 가치로 선택한 학생은 1992년 3.1%에 불과했으나 2002년 9.7%로 늘었고 지난해 18.8%로 급증했다. 반면 친구나 건강이라고 대답한 비율은 그만큼 떨어졌다.

돈과 명예를 한 카테고리로 묶어 조사했기 때문에 학생들이 둘 중 어느 것을 선호하는지는 알 수 없다. 사람들에게 돈과 명예 가운데 하나를 택하라고 물으면 머뭇거리기 마련이다. 하루 벌어 하루 살아가는 서민에게는 돈이 중요한 데 비해 명예를 소중히 여기는 이들 또한 적지 않다. 보다 많은 보수를 마다하고 공직을 선택하는 사람들과 한 분야에서 최고의 경지에 오른 이들이 여기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방화로 소실된 숭례문 복원작업에는 내로라하는 우리나라 최고의 장인들이 참여했다. 누가 봐도 이들에게 수도 서울의 상징 숭례문 복원을 맡기는 것은 당연했다. 장인들도 “최고의 숭례문으로 보답하겠다”며 복원작업에 참여하게 된 것을 영광스러워했다. 하지만 이들은 경찰 수사와 감사원 감사결과 수십년 내공 끝에 쌓은 명예를 개인이익을 취하는 데 사용했다. 대목장은 국가가 내준 금강송을 빼돌렸고, 단청장은 아교 대신 값싼 화학접착제를 사용해 3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다. 무형문화재라는 명예에 만족하지 못하고 돈까지 탐한 개인의 욕심이 빚은 씁쓸한 현실이다.

그 결과 숭례문은 단청과 지반 등의 재시공이 불가피한 누더기로 전락했다. 자부심과 명예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장인정신의 몰락과 함께 국보 1호의 위상도 무너져 내렸다.

이흥우 논설위원 hw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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