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단독] 청해진해운, 과거에도 가짜 승객 내세워 환불금 빼돌려

청해진해운이 상습적으로 탑승객 정보를 조작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청해진해운 직원들은 항만 주민들이 탑승할 경우 선사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악용했다. 주민들의 인적사항을 도용, 허위로 승선권을 발급받는 방식으로 국가 보조금을 횡령해왔다. 또 탑승객 몰래 요금을 환불해 돈을 챙기기도 했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발견된 세월호의 신원정보 없는 ‘무기명’ 승선권 37장도 이런 방식으로 발급된 것으로 추정된다.

1997년부터 청해진해운의 전남 여수지점 매표소에서 일해오던 이모(39·여)씨는 2006년 3월부터 1년여 동안 간단한 전산 조작만으로 무려 1181만원을 벌어들였다. 방식은 아주 단순했다. 전남 여수항과 거문도항을 오가는 청해진해운 ‘오가고호’의 일반인 승객이 요금을 결제하면 이를 몰래 환불해 챙겼다. 2004년부터 이 회사에서 경리로 일해 온 또 다른 매표소 직원 김모(35·여)씨 역시 같은 기간 같은 방식으로 271차례 승선권을 조작해 764만원을 가로챘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횡령액을 모두 사적으로 사용했다.

이들은 청해진해운 명의 계좌로 국고보조금을 타내기도 했다. 이씨는 또 2006년 3월부터 1년간 여수 삼산면·돌산읍 등 도서지역 주민이 탑승한 것처럼 속여 한 달에 많게는 70여명의 인적사항을 도용해 무려 549차례 허위 승선권을 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명의를 도용당한 주민들은 평소 이 배를 자주 이용해 인적사항이 노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김씨 역시 271차례 허위 승선권을 발급해 국고보조금 408만7200원을 챙겼다.

청해진해운은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묵인하며 국가보조금을 챙겼다. 정부가 ‘농·산·어촌지역 개발 촉진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도서주민들이 연안여객선을 이용할 경우 1인당 50%를 할인해주고, 할인금액이 5000원을 초과할 경우 초과운임 전액을 선사에 보조금으로 지급하는 것을 노렸다. 청해진해운은 매표소 직원들이 허위 인적사항을 도용해 부풀린 발권자료를 여수시 도서개발사업소에 제출, 26차례 1242만원의 국가보조금을 회사 명의 계좌로 송금 받았다.

이들이 손쉽게 탑승자 신원과 승선 인원을 조작할 수 있었던 것은 매표소에 있는 승선권 발매기를 이용해 중앙 여객운임 발권 프로그램에 쉽게 접속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선사나 해운조합에서 승선인원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다보니 하루에 많게는 11명 정도를 임의로 환불 처리하고 30여만원을 챙기곤 했다.

광주지법 순천지원은 2008년 보조금 예산 및 관리법 위반과 사기,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이씨와 김씨에게 각각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각각 120시간과 8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보조금 예산 및 관리법 위반으로 기소된 청해진해운 측에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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