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일째 30m 종탑 농성 “더 이상 물러날 곳은 없다”
“이렇게 바람이 부는 날은 그래도 살 것 같아요. 요즘은 오전 10시부터 햇볕에 거의 초죽음이 되죠. 여기 처음 올라온 날은 온도계 수은주가 영하 23도를 가리키고 있었는데….”
재능교육 학습지 교사들의 농성이 오는 11일 2000일째를 맞는다. 서울 혜화동성당 종탑 위에 올라간 오수영(39·여) 여민희(40·여)씨의 고공농성은 126일째가 된다.
7일 오후 이들을 만나기 위해 20m 높이의 종탑 위 텐트를 찾았다. 목장갑을 끼고 벽돌에 박힌 철근 14개를 사다리 삼아 밟고 올라가야 종탑 꼭대기에 도착할 수 있다. 2평 남짓한 고공 공간에는 세 번째 계절을 맞은 2인용 텐트가 쳐져 있었다. 낡은 성당건물 꼭대기에서 아무런 보호 장비 없이 살고 있는 이들의 모습은 위험해 보였다.
오씨는 “그동안 안 해본 것 없이 몸부림쳐 왔는데 농성 2000일이 다가오니 또 새로운 고비를 맞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담담히 말했다. 학습지 교사들이 농성을 시작한 것은 2007년 12월 21일이다. 회사가 단체협약에서 수수료 제도를 변경하면서 교사 1인당 20만∼100만원의 수수료가 삭감되고 교사 12명이 해고됐다. 5년5개월이 지나는 동안 올림픽이 두 번 열리고 대통령도 바뀌었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들은 여전히 회사를 향해 단체협약 복원과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고 있다.
두 사람은 더위와 공포에 맞서는 상황이 여의치 않을수록 일터에 돌아가야겠다는 마음은 더 단단해진다고 했다. 이 때문에 종탑 꼭대기에서도 소셜네크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시민들에게 진행 상황을 설명하곤 한다.
오씨는 “요즘엔 9살짜리 아들이 엄마를 잊어버리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며 “사람들은 왜 이런 방법을 택했느냐고 묻는데, 2000일에 다 돼가다 보니 더 이상 우리 상황을 알릴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씨도 “학습지 교사의 90% 이상이 여성이고 절반 이상이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할 기혼자다.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고 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
Ŭ! ̳?
Ϻ IJ о
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