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염성덕] 이너 서클과 언론

이너 서클(inner circle)은 조직의 권력을 쥐고 있는 핵심 인사들의 그룹을 지칭한다. 특정 조직에서 힘, 영향력, 고급 정보 등을 소유하는 집단을 말한다. 한 국가에서 최고의 이너 서클은 대통령 측근들로 이뤄진 그룹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당연히 이명박 대통령에게도 이너 서클이 있었다. 이 대통령이 24일 “근자에 제 가까운 주변과 집안에서 불미스러운 일들이 일어나서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쳤다”고 발표한 대국민 담화에도 이너 서클이 간접적으로 나온다. ‘제 가까운 주변과 집안’이 이너 서클을 표현한 것이리라.

‘만사형통’으로 불렸던 이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 대통령 멘토인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왕차관’인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제2차관, ‘문고리 권력자’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 등이 이 그룹에 속한다. 저축은행 비리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도 현 정권 초기에는 이너 서클 멤버로 분류됐을 것이다.

최근 내전이 격화되고 있는 시리아에서는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의 이너 서클이 언론 조명을 받았다. 알 아사드 대통령의 이너 서클은 가족과 친·인척, 자신이 속한 시아파 분파인 알라위파 인사들로 이뤄져 있다. 이들이 권력과 각종 이권을 장악했다고 한다. 권력투쟁 과정에서 숙청된 이영호 북한군 총참모장도 잘리기 전까지는 이너 서클의 핵심 실세였을 것이다.

역대 정권 하에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한 우리 검찰에도 이너 서클이 있다. 대통령이 누구냐에 따라 특정 지역·학교 출신이 이너 서클을 형성한다. 김영삼 대통령이 집권하면 부산·경남 출신이, 김대중 대통령이 집권하면 호남 출신이 약진하는 식이다. 지금은 영남과 특정 대학 출신이 요직을 독식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권력의 핵심 인사들을 밀착 취재하려는 언론사들은 대개 혈연·지연·학연 등을 고려해 청와대와 검찰 등 권력지향적인 출입처의 기자들을 선별한다. 검찰처럼 출입기자가 여러 명일 경우에는 주축을 이너 서클 멤버들과 어울릴 만한 기자들로 꾸리고 다른 지역 출신을 적절히 안배한다. 이너 서클 인사들과 독대할 때 단독기사와 고급 정보 등을 얻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계할 일도 있다. 이너 서클 멤버들의 논리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거나 잘못을 덮어두고, 친분을 내세워 조직 인사에 개입하는 행위 등이다. 그럴 때마다 기자윤리를 곱씹어야 한다.

염성덕 논설위원 sdyu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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