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활한 中대륙에 투표소 9곳 뿐인데… 투표하라고?
국민일보 특파원이 본 재외국민 선거 문제점
재외선거가 많은 문제를 안고 있지만 중국에서는 더욱 그렇다. 한국 교민들이 중국 내에서 자유롭게 투표하는 모습을 중국인들이 보게 되는 것을 중국 정부가 달가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공관이 아닌 교민들이 많이 사는 곳에 투표소를 설치할 수도 없고 투표인 명부 작성을 앞두고 재외유권자 신고를 독려하려 해도 제한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여기에다 불법 선거운동이 벌어져도 우리의 주권이 미치지 않아 이를 차단하기도 어렵다.
먼저 중국 전역에 설치되는 투표소는 9곳에 불과하다. 대사관이 있는 베이징과 총영사관이 설치된 8곳이다. 총영사관 8곳은 홍콩, 광둥성 광저우(廣州), 산둥성 칭다오(靑島), 상하이(上海), 랴오닝성 선양(瀋陽), 쓰촨성 청두(成都), 후베이성 우한(武漢), 산시성 시안(西安)에 있다.
주중 한국 대사관은 중국 전역에 분포된 우리 교민을 38만명으로 추산한다. 이들 가운데 80%가량인 30만여명을 유권자로 보고 있다. 재중국한국인회는 교민 수가 불법체류자를 포함해 이보다 훨씬 많은 65만명에 달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비춰보면 전국 31개 성시(省市) 가운데 극히 일부 지역에만 투표소가 설치되는 셈이다.
재중국한국인회 산둥연합회 한정현(61) 회장은 이와 관련해 “산둥성에는 우리 교민이 제일 많아 30여만명이나 있다”며 “더저우(德州)처럼 칭다오에서 500㎞나 떨어진 곳에 사는 교민이라면 투표를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특히 교민 수가 11만8000명(대사관 집계, 유권자는 9만5000명으로 추산)에 달하는 베이징의 경우 한국인 커뮤니티로 자리 잡은 왕징(望京)의 한국국제학교에 투표소를 두자는 의견이 많지만 현재로서는 거의 실현 가능성이 없는 형편이다. 중국 당국은 대사관 말고는 투표소 설치를 허용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톈진(天津)의 경우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 한국 기업이 많이 진출해 교민 수 5만여명에 유권자 수 4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지만 투표소가 아예 설치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현지 한국인회에서는 버스를 동원해 베이징 관광과 투표를 겸하는 방안 등을 거론하고 있지만 수만명을 일시에 수송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주중 대사관에 파견된 최광순 재외선거관은 이에 대해 “다른 나라에서는 국제학교나 문화원에 투표소를 설치하는 경우도 있지만 중국의 경우 그럴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말했다.
국외부재자 신고와 재외선거인 등록 신청의 경우 중국에서는 특히 제한이 많다. 홍보 현수막을 내걸지 못하는 건 물론 옥외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만든 포스터조차 부착할 수 없다. 거리에서 교민들을 상대로 유인물을 나눠줘도 안 된다. 가두방송을 통해 재외선거를 앞두고 신고를 하라고 알려서도 안 되고, 방송이나 신문 등 언론을 통한 광고는 상상도 할 수 없다.
이에 따라 국외부재자 신고와 재외선거인 등록 신청이 지난 13일부터 시작됐지만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이 같은 사정은 여타 국가에서도 비슷하지만 중국에서는 재외선거 실시를 홍보하는 것부터 두통거리가 되고 있는 것이다.
최광순 재외선거관은 이에 대해 “재중국 교민은 국외부재자가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게 특징”이라며 “국외부재자 신고를 받는 일부터 어려움에 처한 만큼 교민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 신고서를 순회 접수하는 등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재외선거관은 지난 28일에는 네이멍구 자치구를 방문, 현지 교민들과 간담회를 갖고 재외선거 실시를 설명하는 동시에 국외부재자 신고를 받았다. 앞으로 지속적으로 이러한 기회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한 회장은 “산둥 한국인회도 칭다오 총영사관의 당부에 따라 국외부재자신고서 등을 비치해놓고 신고를 돕고 있지만 시간이 많이 남은 탓인지 아직 호응이 높지 않다”고 중국 내 다른 지역과 비슷한 분위기를 전했다.
이러한 어려움이 있지만 다행스럽게도 중국에서는 아직 재외선거와 관련해 정치색 있는 움직임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안정수 주중 대사관 재외선거관리위원장은 “중국 여타 지방의 자세한 상황을 파악하기는 쉽지 않지만 베이징의 경우 지금까지 정치 바람을 타거나 하는 상황은 없다”고 전했다.
재북경한국인회 강동신(45) 사무국장도 “분위기가 너무 살아나지 않아서 탈일 뿐 정치 바람을 타는 현상은 없다”며 “정치인이나 정당이 북경한국인회에 비공식적으로 연락을 한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한 회장도 “혹시 정치적인 기류가 생기면 내가 앞장서서 말릴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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