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미얀마 ‘美 우방국’ 탈바꿈

오랫동안 미국의 적국이었던 베트남과 미얀마가 미국의 우방국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중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려는 이들 국가와 ‘아시아로의 복귀’를 선언한 미국의 이해가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해군함 리처드 버드 호는 지난 8월 베트남 캄란만 해군기지에 정박했다. 미 해군함의 캄란만 기지 방문은 1975년 베트남전쟁이 끝난 후 처음으로 이번 방문은 양국 간 군사협력의 신호탄으로 해석되고 있다. 베트남은 남중국해 영유권을 놓고 중국과 심한 갈등을 겪고 있어 해군력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특히 베트남은 캄란만 기지를 외국 군함이 정박할 수 있는 전략기지로 만들 구상을 갖고 있다. 이는 역내에서 커지는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양국 간 경제협력도 활성화되고 있다. 미국 IT기업 인텔은 지난해 베트남 호찌민시(市)에 10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제조공장을 설립했다. 베트남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도 참여하고 있어 양국 간 우호관계는 지속될 전망이다.

미국은 88년 군부정권이 민주화 시위를 무력진압한 이후 경제제재를 단행했던 미얀마에도 화해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다음 달 1∼2일 50여년 만에 미얀마를 공식 방문할 예정이다. 이번 방문은 미얀마 민간정부의 정치범 석방과 민주화운동 지도자 아웅산 수치 여사의 총선 출마 가능성 등 미얀마의 개혁 움직임과 맞물려 집중 관심을 받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댐 건설로 발생하는 환경문제에 대해서도 적극 개입하면서 역내 영향력을 키우려 하고 있다. 미국 지질학자들은 중국이 메콩강 상류에 건설 중인 수력발전소 건설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에 참여하고 있다. 인도차이나반도의 젖줄로 불리는 메콩강 수력발전소 건설로 동남아 지역에서는 용수 부족과 환경파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9일간 아시아 순방을 통해 전방위적인 중국 압박이라는 큰 그림 속에 과거의 적국을 새로운 전략거점으로 내세웠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바마 대통령이 전임 행정부의 그늘에서 벗어나 외교정책에서 본인만의 어젠다를 세웠다고 평가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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