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송주명] 방사능 공포시대, 일본의 교훈

Է:2011-09-27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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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송주명] 방사능 공포시대, 일본의 교훈

9월 19일 도쿄에서는 후쿠시마 원전폭발 이후 최대의 탈원전 요구집회가 열렸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오에 겐자부로와 작가 오치아이 게이코 등 문화계 인사들이 주도해 메이지공원에서 열린 ‘안녕, 원전 5만인집회’가 그것이다. 집회에는 6만여명의 인파가 운집했으며, 그중에는 후쿠시마에서 자녀들과 함께 참가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 생업 때문에 남편만 고향에 남겨두고 어린 자녀들과 피난생활을 하고 있는 한 여인은 “큰 딸아이의 소변에서 세슘이 나왔다. 정부와 지자체는 ‘안전’하다는 말만 하고 있지만, 장래의 건강상태는 장담할 수 없다. 이제는 스스로 행동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치아이 게이코도 “히라가나밖에 모르는 어린아이들이 밤중에 벌떡 일어나 ‘방사능 저리 가’ 하고 외치며 공포에 떠는 사회가 계속되어서는 안 된다”고 호소한다.

원전 무절제한 확대 경계

후쿠시마는 일본에게 무엇이었을까. 원전폭발은 일본에 거대한 공포의 시대를 열고 있다. 방사능 공포는 향후 상당기간 일본 사회를 지배할 것이며, 특히 아이들의 장래가 근본적으로 걱정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일본의 지식인 잡지 세카이(世界)는 올 9월호에서 ‘방사능오염시대’라는 특집을 통해 대대적인 경고를 하고 있다. 특히 방사능 피폭(被爆) 전문의사로 유명한 히다 슌타로는 ‘방사능과의 공존시대’라는 아이러니를 통해 “피폭의 시대를 어떻게 살아갈지, 피폭 증상이 표출되는 가운데 차별문제에 어떻게 대처할지”에 대해 무거운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이러한 인식에 기초해 오에 겐자부로는 “원자력 발전이 필요하다고 하는 이들이 있지만, 이는 거짓말이다. 원자력 에너지는 반드시 황폐와 희생을 가져온다. 우리는 원전에 저항할 의사를 갖고 있다”고 선언한다.

일본의 탈원전주의는 방사능오염시대의 공포 속에서 일본시민들의 자연스러운 선택이다. 마이니치신문의 9월 초 여론조사를 보면 원전에 대해 ‘점진적으로 수를 줄여나감’(60%), ‘가능한 한 일찍 모두 정지함’(12%)이 72%로 탈원전 지향이 압도적이다. 민주당 내에서도 원전의 신규 증설을 하지 않고 기존의 원전시설을 점진적으로 폐쇄함으로써 탈원전을 실현하겠다는 ‘감원전(減原電)론’이 다수를 점한 것도 이유가 있다.

그러나 민주당의 감원전론은 노다 신임총리 취임과 더불어 정책의 변조가 엿보인다. 총리가 “안전성이 확인된 원전을 활용해 전력의 안정공급을 확보하겠다”고 해 정지 중인 원전의 재가동 의사를 보인다든지, 원전 수출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태도는 풍부한 전력이 없으면 경제성장이 불가능하다는 전후 제조업주의의 고정관념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이 고정관념이 방사능오염시대라는 일본 현대사의 새로운 국면에서도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도쿄에서 탈원전 집회가 열린 3일 뒤 유엔본부에서 “3월의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원자력의 신뢰성에 큰 타격을 주었지만, 그 사고가 원자력을 포기하는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연설을 했다.

친환경 에너지협력 이뤄야

그러나 이는 후쿠시마의 참된 교훈을 외면하고 있고, 인간생명과 지구환경을 우선으로 하는 세계적 에너지정책의 흐름에도 역행하는 것이다.

맹목적 원전추진론은 소위 ‘원자력마피아’의 이익에는 충실할지 모르지만, 인간의 생명을 근저에서 위협하는 폭탄을 키우는 일이다. 우리가 후쿠시마로부터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원전의 무절제한 확대론을 경계하고 탈원전의 평화적-친환경 에너지협력을 전제로 동아시아와 우리 사회의 안전한 미래를 책임 있게 설계하는 것이다.

송주명(한신대 교수·일본지역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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