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이규영] 유럽의 무슬림, 공존과 갈등
뉴욕의 세계무역센터가 붕괴된 지 10년이 지났다. 이 사건은 지구촌을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넣었고, 극심한 후유증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끝없는 추적 끝에 오사마 빈 라덴은 사살되었으나 희생자들의 쓰라린 마음은 여전히 달랠 길이 없어 보인다. 이 사건은 다른 대륙에도 엄청난 파급효과를 미쳤다.
9·11 이후 기독문명을 바탕으로 하는 서유럽국가에서 반(反)이슬람정서가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요인들과 맞물리면서 급속히 확산되었다. 유럽의 이 같은 정서는 정치적 관점에서 문명 간 충돌로 이해된다. 경제적으로는 무슬림 이민자의 증가로 인해 유럽인들의 일자리가 잠식된다고 본다. 문화적으로는 이슬람의 일부 극단적 문화가 유럽에 확산되는 현상을 심히 우려한다.
극단적 이슬람 문화 널리 퍼져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이 주도한 2004년 마드리드 열차테러로 191명이 희생되었고, 2005년 런던 지하철 테러로 56명이 숨졌다. ‘이슬람=테러집단’이라는 인식과 함께 ‘이슬람혐오증’(islamophobia)이 깊어지고 있다. 유럽이 이슬람의 영향권에 들어가는 것을 염려하여 ‘유럽’과 ‘아라비아’를 합한 ‘유라비아’(Eurabia)라는 정치적 신조어가 생겼다. 런던에서 급진적 이슬람의 증가를 빗대어 ‘런더니스탄’(Londonistan)이라는 말도 생겼다.
이슬람 테러리즘 및 영향력 확대에 따른 유럽 내 반이슬람 극단주의의 팽배 역시 위협적이고 불안한 현상이다. 유럽 극우주의자들은 이슬람이 유럽 내 경기침체, 실업증가, 중산층의 불안과 계속되는 이민증가로 인한 사회문제의 원인으로 간주한다. 유럽 정치지도자들은 다문화주의정책이 실패하였다고 선언하고, 무슬림과 거리를 두기 위해 부르카 착용을 금지시켰다. 이슬람 사원의 상징인 첨탑을 금지하는 입법화도 추진하였다. 급기야 지난 7월 22일 한 노르웨이 극우주의자는 유럽을 이슬람 지배로부터 구한다는 명목으로 76명의 시민들을 잔혹하게 사살했다.
유럽과 이슬람 세계는 점점 긴장과 갈등관계로 접어들 것인가. 지금 전체 5억 명의 유럽연합 회원국 인구 중 약 4%인 2000만명이 무슬림으로 분석된다. 프랑스에 600만, 독일에 400만, 영국에 250만 명이 살고 있다. 특히 1995∼2010년 무슬림은 유럽전역에서 3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런 추세라면 2030년 전체 인구의 8%를 무슬림이 차지하며, 2050년에는 2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에서 무슬림이 급속하게 증가한 배경은 여러 가지로 이해된다. 초기에는 일부 유럽국가들의 식민지 지배역사와 저렴한 노동력 필요에 따른 무슬림의 이주가 시작되었다. 세계화, 유럽통합과 다문화주의정책도 주된 원인이다. 무슬림의 다산제도와 결혼에 의한 무슬림 인구 증가, 무슬림의 열성적이고 실천적 신앙, 나아가 유럽교회의 상대적 쇠퇴로 인한 탈교회화와 이슬람개종 등도 요인들이다.
再복음화의 갈림길에 서다
게다가 유럽 내 무슬림들 다수가 유럽 주류사회에 통합되지 않고, 그들만의 문화와 언어를 유지하며 고립된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 이는 샐러드 접시 위에 야채와 과일들이 본연의 특성을 유지하면서도 서로 공존하는 것처럼 관용을 앞세우는 열린 다문화주의에 정면으로 반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바야흐로 유럽은 무슬림 이민자들이 유럽의 가치를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유럽이 이들을 위해 변해야 하는가라는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유럽과 이슬람 양식의 상이함을 슬기롭게 조화시킨 콘스탄티노플의 성 소피아 대성당 사례가 있으나, 유럽은 종교와 문화의 차이에 따른 공존과 갈등의 갈림길에 서있다. 기독교 전통으로 이어져 오던 유럽지역이 재복음화의 우선적 대상으로 다시 대두되는 시점이다.
이규영 서강대 교수 국제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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