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에 걷는 길-고성 해파랑길] 태백 준령·바다 두런두런… 평화염원 담겨
부산 오륙도부터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총연장 688㎞에 이르는 해파랑길 중 관동팔경의 으뜸으로 꼽히는 청간정에서 화진포 해수욕장을 거쳐 통일전망대까지 이어지는 50㎞ 길이의 해안도로는 분단의 상처와 평화의 염원이 공존하는 길이다.
송강 정철과 우암 송시열이 극찬했던 청간정은 파도와 어우러지는 일출과 월출이 장엄한 풍경화를 그리는 정자. 청간정에서 7번 국도를 타고 아야진항과 거진항을 거슬러 오르면 명태잡이 배로 북적거리던 거진항. 이른 새벽 어선들이 갈매기와 함께 귀항하면 항구는 온갖 싱싱한 해산물들로 아연 생기를 띤다.
거진항의 해맞이봉과 화진포를 거쳐 대진항가지 이어지는 약 5㎞의 해안도로는 드라이브 명소. 드라마 ‘가을동화’에서 준서가 은서를 업고 해변을 걷던 화진포는 여름 호숫가에 해당화가 만발해 붙여진 이름이다.
‘화진포의 성’으로 불리는 김일성 별장과 이승만 별장, 그리고 이기붕 별장이 모두 화진포를 정원으로 삼고 있다.
고성 해파랑길은 동해안 최북단에 위치한 대진항에서 일단 걸음을 멈춘다. 바닷가 동산에 우뚝 솟은 31m 높이의 대진등대는 우리나라 최북단의 등대. 명파해수욕장을 지나 북으로 달리면 통일전망대 조금 못 미쳐 동해선 제진역이 나온다. 기적마저 사라진 제진역은 2007년 5월17일에 금강산역을 출발한 동해선 북측 열차가 시험운행을 위해 군사분계선을 넘어 정차했던 역사의 현장.
길은 곳곳에서 ‘고성갈래 구경길’로 불리는 작은 테마길과 이어진다. “고성에 놀러 갈래?”라는 단순하면서도 명쾌한 의미를 담고 있는 테마길은 신선대, 신선봉 등 ‘구경(九景)’이 더해져 바다·호수·계곡이 수려한 고성의 명소를 두루 살펴볼 수 있다.
해파랑길의 종점은 휴전선과 금강산이 한눈에 보이는 해발 70m 고지의 통일전망대. 빨갛게 녹슨 동해선 철도와 금강산 관광객을 실어 나르던 남북연결 도로가 금강산관광 중단으로 이제는 갈 수 없는 북녘땅을 향해 뻗어 있다.
고성=박성은 기자 silv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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