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로워진 보훈심사… ‘얌체 신청자’ 확 줄었다

정부가 국가유공자 선정 기준을 강화한 후로 심사를 신청하는 인원이 급감했다. 또 꾀병이나 다른 사유로 다쳤는데 국가 유공자 심사에 서류를 제출했다가 탈락한 비율도 크게 늘었다.

5일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 유공자 심사에 지원한 사람은 1만6955명으로 집계됐다. 2005∼2008년 국가유공자 지원자 수는 2만∼2만3000명을 기록했다. 2008년 2만2873명에서 2009년 2만551명으로 지원자가 다소 감소하더니 지난해 1만명 단위로 급격히 줄어든 것이다. 올해도 5월 말 기준으로 6600여명이 지원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00명 정도가 더 감소했다.

국가유공자 지원 자체가 줄어든 것은 정부가 국가유공자 선정 심사 기준을 강화하자 ‘밑져야 본전’ 식으로 지원했던 신청자가 지원 자체를 포기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008년 보훈처 보훈심사위원회(보심위)는 국가유공자 심사 기준을 까다롭게 바꿨다. 보심위 조직은 1실에서 1국3과로 확대 개편됐고 인원도 22명에서 45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의학 전문인력도 새롭게 9명이나 투입됐다. 보심위는 전문의 의견을 수렴해 질병 별로 요건 인정기준과 범위를 마련했다. 교수·변호사 등 전문직 심사위원이 복심제로 본인 과실 여부나 공무와의 인과관계 등을 심층적으로 검토하는 등 심사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안도 시행했다.

예비역 중령 오모(57)씨는 주말에 테니스를 치다가 우측 무릎과 좌측 발을 다쳤다. 하지만 오씨는 전투체육의 날 부상한 것으로 서류를 위조해 국가유공자 신청을 냈고 지난해 3월 보훈심사위에서 적발됐다. 실제로 오씨처럼 보훈심사에서 탈락하는 비율도 크게 늘었다. 2005∼2007년 29∼35%였던 국가유공자 비해당률(국가유공자 요건으로 인정을 받지 못한 비율)은 심사 기준이 강화된 2008년 50%를 넘었고 지난해 처음으로 60%에 달했다. 이들 중 대부분은 객관적인 입증 자료 없이 수십년 전 부상을 근거로 국가유공자라고 주장했다. 입대 전 질병을 군 생활 중 발생한 것으로 속인 지원자도 있었다.

그러나 까다로워진 심사로 거짓이 탄로났다. 보훈심사 결과를 인정하지 못한 지원자가 행정소송을 낸 경우 국가가 패소한 비율도 2005년 20.4%에서 지난해 11.2%로 크게 줄었다.

보훈처 관계자는 “국가유공자에 대한 혜택이 늘면서 지원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심사 요건을 강화한 뒤 근거 없이 지원하는 신청자의 수가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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