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서승환] 저축은행 사태와 신뢰 위기

Է:2011-05-08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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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시평-서승환] 저축은행 사태와 신뢰 위기

최근 부산저축은행 그룹 소속 저축은행 등 7개 저축은행의 영업정지와 관련하여 진행되고 있는 일련의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선의의 피해자를 제외한 모든 관계자들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정도로 극심한 도덕적 해이와 무능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는 이 사건은 신뢰의 붕괴가 일어나기 위한 모든 조건을 철저하게 갖추고 우리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지난 2월 17일의 영업정지 전날 부산저축은행에서는 영업마감시간 후 수백명이 185억원을 인출했는데 한 사람이 최대 12억원을 인출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같은 날 영업정지를 당한 7개 저축은행을 모두 합치면 1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인출한 사람의 대부분이 소위 VIP이거나 저축은행 임직원의 친인척으로서 영업정지 사실을 미리 귀띔 받은 사람들이라는 것이 분노를 더 키웠다. 영업정지 사실을 미리 알려주었다면 업무상 배임이고, 예금주가 없는 상태에서 예금인출청구서를 작성하였다면 금융실명법 위반이다.

가장 큰 죄는 금융기관의 신뢰를 스스로 저버리는 극단적 모럴해저드를 보여 서민들의 눈에서 피눈물을 흘리게 했다는 것이다. 저축은행은 1972년 사채와 같은 음성적이고 불법적인 사금융을 양성화하기 위해 만든 상호신용금고법(현 저축은행법)에 뿌리를 두고 있는데 과거의 암울한 잔재가 아직도 남아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마저 든다.

금융감독원 책임은 더 크다. 당시 부산저축은행 본점에는 금감원 직원 3명이 파견돼 있었지만 전혀 역할을 못했으며 영업시간 후 예금의 무단인출을 금하라는 공문 한 장을 달랑 보낸 것이 전부라고 알려지고 있다. 여러 제도상의 미비에 의해 불가피한 점이 있었다고 주장하지만 금융감독기관의 가장 큰 역할이 위험을 사전에 감지하고 통제하여 금융시스템을 안정화시키는 데 있다는 점에서 변명의 여지가 없다.

이러한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능력을 갖추는 것은 기본이며 높은 도덕성을 유지하는 것은 필수이다. 모든 금융기관을 싹쓸이하다시피 한 금감원 출신 감사들의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고 최근 한 달 사이에 금감원 직원들이 줄줄이 검찰에 소환되는 상황이 상징적으로 문제의 핵심을 나타내는 것일 수 있다.

금감원은 지난 1월 삼화저축은행이 문 닫았을 때 더 이상 영업정지는 없다고 말했다. 추가로 영업정지가 될 저축은행이 있는 것을 몰랐다면 무능이고 알고도 모른 척했다면 직무유기이다. 부산저축은행의 경우 작년 6월말 금감원 검사결과 BIS 자기자본비율이 8.33%로서 우량저축은행으로 지정되었는데 이 비율이 금년 2월에 5.33%로 떨어졌고 최근에 다시 검사해 보니 -50.29%가 되었다는 것은 금감원의 역할에 대해 무엇을 시사하는가. 최악의 검사능력과 함께 금융안정에 관한 조기경보체계가 산산조각 난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기를 바란다.

최근 일어난 제일저축은행의 대규모 예금인출에서 보듯이 이번 사건이 미치는 가장 부정적인 파급효과는 신뢰의 상실이 광범위하게 확산될 수 있다는 데 있다. 금감원의 설명도 저축은행의 설명도 BIS 비율과 같은 공시자료도 아무 것도 믿지 않게 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저축은행은 고금리와 예금보장제도 등의 영향으로 수신규모가 큰 반면 역마진을 해소하기 위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위험이 높은 곳에 투자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이번에는 부동산 경기침체가 직격탄이 되었지만 언제라도 부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매우 위험한 구조인 것이다. 여기에 오너의 사금고적 성격으로 모럴해저드가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는 태생적 취약점도 있다. 저축은행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해결책이 필요하다. 금감원의 개혁은 지금과 같은 형태의 금감원이 원래 의도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최선의 조직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서승환 연세대 교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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