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크림 찾아 삼만리… 빵집·레스토랑 아직도 짙은 구제역 그늘

Է:2011-04-25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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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크림 찾아 삼만리… 빵집·레스토랑 아직도 짙은 구제역 그늘

12년 동안 빵집을 운영하던 최모(47)씨는 지난 2월 가게 문을 닫았다. 지난해 말부터 원재료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면서 만들 수 있는 빵이 늘 부족했다. 기본 재료인 생크림과 버터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며 몇 달을 보냈다. 최씨는 “대리점에 생크림 100개를 주문하면 10개도 채 안 들어왔다”며 “안 그래도 힘든 판에 구제역까지 겹치면서 삐걱거렸고 끝내 가게를 정리했다”고 말했다.

구제역 이후 생크림 부족 현상이 심각하다. 시장 규모(지난해 말 기준 2000억원 추산)는 작지만 생크림에 의존해 사업을 하는 빵집, 이탈리안 레스토랑, 아이스크림 전문점을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에게는 사업 존폐가 달린 문제다. 지난 2월부터 생크림 가격도 50%가량 올랐다. 구제역이 사실상 끝났다고 하지만 구제역 그늘은 아직도 짙게 드리워져 있다.

지금까지 생크림은 90% 이상 국산으로 충당됐다. 하지만 구제역이 덮치면서 더 이상 국산만으로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닥쳤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생크림 수입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식품 유통업체 CJ프레시웨이는 국내에서 처음 생크림을 대규모로 수입해 이달 말부터 시중에 내놓기로 했다.

수입산 생크림은 국산보다 10% 이상 싸다. 생크림 수입이 증가할 경우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생크림을 수입하기까지 과정은 순탄치 않다. 생크림 수입 업체를 정하기 위해 CJ프레시웨이 베이커리상품팀 상품기획자(MD) 이정아 대리는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2월까지 5개월이 넘도록 미국 프랑스 뉴질랜드 호주 등 6개국 10여개 업체를 찾아다녔다. 국산에 길들여진 우리나라 사람들 입맛에 맞추려면 국산과 비슷한 색과 풍미를 내는 생크림을 찾아야 했기 때문이다.

이 대리는 외국 업체로부터 견본품을 받으면 유명 레스토랑 주방장들에게 검사를 의뢰했다. “괜찮은가요?” 하지만 돌아오는 답은 번번이 “안 되겠는데요”였다. 국산 생크림처럼 색이 하얗고 고소해야 했다. 고객들은 익숙한 국산 생크림과 맛이 다르면 기막히게 알아차렸다. 생크림이 빵이나 파스타 풍미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에 아무거나 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 대리는 국내 고객들의 입맛에 맞는 생크림을 공급받을 다른 외국 업체를 찾아 헤맸다. CJ프레시웨이가 수입 계약을 맺은 프랑스 기업 유레알은 가까스로 찾아낸 곳이다.

이 대리는 최씨처럼 생크림 때문에 문을 닫는 작은 가게들을 여럿 보았다. 베이커리 상품팀에서 일한 지 4년째인 이 대리는 매년 여름철만 되면 원유 생산량 부족에 따른 생크림 수급 불균형을 목격했다. 하지만 생크림 공급 부족이 가게를 문 닫게 할 수도 있다는 경험을 한 것은 처음이었다.

국내 유업체들은 구제역 이전에도 생크림 생산에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수익성이 낮기 때문이다. 구제역 이후 원유 공급량이 줄면서 상황은 더 악화됐다. 이렇다 보니 국산만 찾던 고급 레스토랑 주방장들도 고집을 꺾을 수밖에 없게 됐다. 이 대리는 “수익성을 고려해 생크림 생산을 줄이는 유업계 분위기를 이해하지만 국민들의 수요에 맞춰 안정적으로 공급하려는 기업가 정신이 아쉽다”고 말했다.

생크림 수입은 국내 낙농업계를 위협하는 측면도 있다.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면 생크림, 버터 등 2차 유가공품이 더 쉽게 들어올 것이고 국내 유업체들은 2차 유가공품 생산을 더 줄일 가능성이 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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