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박정태] 재·보선 비용 부담 그냥 놔둘 텐가
이달 초 이른바 ‘김충환법(法)’으로 시끄러웠다. 김충환법은 한나라당 김충환 의원이 선거범죄로 인한 국회의원 당선무효 벌금형 기준을 대폭 완화하는 내용으로 대표발의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다. 선거법을 위반한 부인의 500만원 벌금형이 확정돼 김 의원 본인이 내년 총선에 나갈 수 없게 되자 출마 제한을 풀기 위해 꼼수를 부린 것이다. ‘보신 입법’의 전형으로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2009년에도 정치권에서 당선무효 기준 완화를 시도하다 무산된 적이 있는데 완전히 사그라진 게 아니었다. 지난달에도 당선무효 기준을 일부 삭제한 법안이 제출되는 광경을 목도하지 않았는가. 불법 후원금을 합법화하기 위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기습 처리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밥그릇을 챙기고자 ‘방탄 입법’을 감행하는 정치권의 안면몰수, 이는 국민에 대한 도발이다. 국회의원 종신직을 규정한 법안이 나올 날이 머지않은 것 같다.
국민 혈세 투입은 이제 그만
아직도 우리는 후진적 선거문화를 갖고 있다. 선거판이 다소 나아졌다고 하나 부정과 비리가 여전히 횡행한다. 당선무효 기준을 완화하겠다는 건 웬만한 불법은 눈감아 달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재·보궐선거가 실시되는 것은 각종 범법행위로 인한 당선무효 때문이다. 전국 12개 시·도 38개 선거구에서 치러지는 4·27 재보선도 대부분 당선무효에 따른 것이다. 여기에 막대한 혈세가 투입돼야 해 국민만 골병들게 생겼다.
선거법은 완화할 게 아니라 강화해야 한다. 당선무효 당사자에게 해당 선거비용까지 부담시켜 그 책임을 더욱 엄중하게 물어야 하는 까닭이다. 비리로 중도하차했거나, 다른 공직을 맡고자 사퇴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문제의 후보를 공천한 정당 역시 연대책임을 져야 한다. 당사자와 정당의 잘못으로 선거를 다시 치르는데 왜 혈세로 메워줘야 한단 말인가. 국민은 납득하지 못한다.
그간 재보선 원인 제공자에게 선거비용을 부담토록 하자는 의견은 줄기차게 제기돼 왔다. 국회에도 일부 뜻있는 의원 등의 발의로 관련 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그럼에도 정치권이 아예 눈을 감고 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보선 비용이 어디 한두 푼인가. 역대 재보선 비용을 합치면 천문학적 규모의 세금이 낭비됐을 터이다.
4·27 재보선도 한번 따져보자. 강원지사 보궐선거 비용은 재보선 사상 단일선거구로 최대 금액인 113억여원이 든다. 경기도 성남 분당을, 경남 김해을, 전남 순천 등 3곳의 국회의원 보궐선거 비용은 총 36억여원. 분당을은 현직 국회의원이 대통령실장으로 가기 위해 의원직을 사퇴한 경우이고 나머지는 비리로 피선거권을 상실한 경우다. 사망·사직 등의 사유가 아닌 선거법 위반 등으로 당선무효가 확정된 기초단체장과 광역·기초의원 등 24개 선거구의 비용은 110억여원으로 추정된다.
이번 재보선 또한 당선무효 사태가 나오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다. 벌써 선거전이 비방·흑색선전 등으로 혼탁해지고 있다. 선거전이 더욱 과열되면 불법·탈법 행위가 속출해 당선무효의 악순환이 반복될지 모른다. 그러면 또다시 혈세를 퍼부어야 한다.
당사자·정당 연대책임 져야
이제 이런 재보선 폐해는 없애는 게 맞다. 당선무효 등이 원인이 돼 재보선을 치를 경우 당사자나 소속 정당이 선거비용을 충당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지는 게 마땅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최근 “경제·사회적 비용 낭비를 막기 위해 부적격 후보자를 공천했던 정당은 해당 선거구에서 공천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또한 깨끗한 선거를 위해 바람직한 제안이다.
앞에서는 정치개혁을 부르짖고 뒤로는 밥그릇 챙기는 데 혈안이 된 정치권이 참회하는 길은 재보선 폐해를 막는 진짜 정치개혁에 나서는 것이다. 그래야 국민의 박수를 받는다. 무책임한 공약(空約)만 남발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이를 선거공약(公約)으로 내걸면 당선되기도 쉬울 텐데 말이다.
박정태 논설위원 jt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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