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박정태] 파산재판부

Է:2011-03-07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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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일반인들은 파산법이라는 게 있는지조차 몰랐다. 파산법의 존재를 널리 알린 건 기업 사례가 아니었다. 바로 대한민국 최초의 소비자파산 사건이었다.

사업하던 오빠의 은행대출 연대보증을 섰다가 오빠가 도피하는 바람에 2억6000만원의 부채를 떠안게 된 대학교수 부인 H씨가 법원에 소비자파산 신청을 낸 건 96년 11월.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는 H씨의 채무 변제 능력이 없음을 인정해 97년 5월 파산 선고, 같은 해 11월 면책 결정을 내렸다. 개인파산제도를 통해 채무를 탕감 받고 재기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전국에 알린 뉴스였다. 62년 파산법이 제정된 이래 35년 만의 일이었다.

그해 불어닥친 외환위기는 기업들을 휘청거리게 했다. 한보 진로 등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줄줄이 부도가 났다. 당시 세계은행(IBRD)은 20억 달러의 구조조정 차관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파산법원 신설을 요구했다. 대법원은 별도의 파산법원을 설치하는 대신 99년 3월 민사50부를 확대 개편해 파산부를 발족시켰다.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의 위상은 높았다. 법정관리 기업들의 총 자산규모가 한때 30조원을 넘어 ‘재계 서열 5위’에 오르기도 했다. 기업의 생살여탈권을 쥔 파산부 수장인 수석부장판사는 ‘그룹 회장’, 단독판사는 ‘계열사 사장’으로 불릴 정도였다. 많은 기업을 회생시키며 한숨을 돌리는 듯했던 파산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위기에 직면한 중견기업들이 늘면서 다시 바빠졌다.

기업 회생에는 파산부 판사들의 공정성, 투명성, 윤리성이 밑거름이 됐다. 그런데 최근 광주지법 파산부의 부적절한 행태가 사법 불신까지 초래하고 있어 심히 유감스럽다. 그룹 회장 격인 선재성 수석부장판사가 법정관리 기업의 감사와 관리인으로 자신의 친형과 변호사 친구, 전직 운전기사를 선임하거나 추천한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었기 때문이다. 광주지법 파산부의 법정관리 기업이 70여개, 관할 자산 규모가 1조원대에 이르는 만큼 유사 사례가 더 있을 수 있다.

게다가 선 부장판사와 변호사의 유착 의혹을 제기한 진정서가 2건 접수돼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고 대법원이 진상조사를 벌여 파문이 확대되고 있다. 어제 그를 광주고법으로 인사조치하고 재판에서 배제시킨 대법원이 징계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여러 의혹이 사실이라면 징계를 포함해 단호한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판결에 비유해 이런 ‘주문’은 어떤가. “판사 업무 파산을 명하노라.”

박정태 논설위원 jt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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