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르포] 가축 매몰지 수질오염 공포… “평생 먹던 지하수도 못 마셔요”
“마을 인근에 파묻힌 구제역 돼지 때문에 집에서 나오는 물도 못 마셔요.”
20일 경기도 양주시 백석면 연곡1리 마을회관 앞에서 만난 우은순(76) 할머니는 구제역에 걸린 돼지를 매몰하면서 평생 식수로 사용하던 지하수도 더 이상 못쓰게 됐다고 한숨지었다.
우 할머니는 “돼지를 생매장했다가 남의 땅을 일부 사용한 것으로 밝혀져 땅주인의 요구대로 파내서 다시 묻었다”면서 “야산과 마을의 중간쯤에 돼지를 묻었다 파냈다 하는 바람에 썩은 침출수가 지하 물길로 스며들 것 같아서 예전처럼 그냥 마시기가 겁난다”고 토로했다.
문제의 매립지는 2곳으로, 막사와 창고로 쓰이는 허름한 건물 10여채 바로 옆에 50여m 간격으로 위치해 있다. 삐쭉 튀어나온 가스배출관과 침출수 배출관 1개씩이 구제역 매몰지임을 여실히 보여줬다.
이곳에서 우 할머니 집과 다른 주택 2채, 마을회관이 있는 곳까지 거리는 100여m에 불과하다. 인근 야산에서 마을 쪽으로 약간 경사를 이루고 있어 지하 물길이 지날 수도 있을 것 같은 형태였다.
그래서 이곳 주민 중 1명이 수질검사를 해줄 것을 시청에 요청했고, 상수도사업소 관계자가 직접 시료를 채취해 갔다. 양주시는 구제역 매립지에서 반경 300m 이내에 있는 주택 등 140여곳의 지하수를 채취해 수질검사를 의뢰했다. 시는 또 구제역 발생지역 농가들이 지하수 오염에 불안해할 것을 감안해 무료로 상수도를 놓아주기로 하고 주민들로부터 수돗물 사용 신청을 받고 있다.
이 지역뿐 아니라 경기도 전역에서 구제역 매몰지가 2215곳을 넘어서면서 인근 주민들이 수질오염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실제로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에는 현재 1537여건의 수질검사 의뢰가 몰려드는 등 먹는 물 안전에 비상이 걸렸다. 이에 연구원은 전체 47개 검사항목을 암모니아성질소, 염소이온, 총대장균, 질산성질소 등 4개로 줄여 급한 대로 식수로 사용 가능한지 확인해 주고 있지만 하루 평균 100여건의 의뢰가 계속 들어와 검사대기 중인 시료가 늘고 있다.
이에 대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관계자는 “최근 10년간 가축 매몰로 지하수가 오염됐다는 보고는 단 한 건도 없었다”면서도 “일말의 오염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환경부와 협조해 오염 여부를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18일 의심신고를 했던 경북 청도와 충남 태안 돼지농가는 모두 양성으로 확진됐다. 이에 따라 구제역 발생 84일째인 이날 현재 매몰 가축 수는 339만1942마리에 이르렀다. 같은 날 의심신고가 들어온 울산 울주군 한우농가는 음성으로 판정됐다. >>관련기사 3면
양주=글·사진 김칠호 기자 seven5@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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