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패혈증 주의보… 수시로 손 씻어야

언제 어디서든 나타나는 ‘국경 없는 질환’ 패혈증, 원인과 예방법

독감 등 바이러스성 호흡기 질환이 많이 발생하는 겨울철에 노약자들이 각별히 주의해야 할 합병증 중 하나가 패혈증이다.

최근 준(準) 슈퍼박테리아로 불리는 다제내성균의 잇단 출현과 함께 패혈증이 핫이슈로 부각되는 이유도 마땅한 항생제가 적어 치명적인 패혈증을 합병할 우려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패혈증은 어떤 경우에 발생하며,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세균 감염에 의한 폐렴이 가장 흔한 원인=패혈증이란 세균이 우리 몸에 침투한 뒤 번식 과정에서 생산하는 독성물질에 의해 중독 증세를 나타내거나 전신적으로 감염 증상을 일으키는 상태를 말한다.

패혈증은 한마디로 ‘국경이 없는 질환’이라고 할 수 있다. 신체 어디서나, 어떤 질환에서도 합병증으로 발병할 수 있는 질환이 바로 패혈증이란 뜻이다.

패혈증은 다제내성균에 감염됐을 때만 일어나는 합병증이 아니다. 지방흡입수술 후, 맹장수술 후, 심지어 사랑니를 발치한 후에도 세균 감염으로 갑자기 발병하기도 한다. 원인은 미생물, 즉 세균 또는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이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다제내성균 외에도 연쇄상구균, 포도상구균, 대장균, 폐렴균, 녹농균, 진균, 클렙시엘라 변형 녹농균 등 다양한 병원균이 발병에 관여한다.

발화점도 중이염, 피부 화농증, 욕창, 폐질환, 충치, 담낭염, 신우염, 골수염, 담도염 등 우리 신체의 모든 장기에 걸쳐 존재한다.

하지만 이 가운데 일반인이 가장 주의해야 할 원인 질환은 폐렴이다. 한림대 의대 호흡기내과 박성훈 교수팀이 2008년 3월부터 2009년 2월까지 1년간 평촌성심병원 중환자실에 입원, 치료를 받은 중증 패혈증 및 패혈증 쇼크 환자 8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발병 원인 조사에 따르면 폐렴이 절반이 넘는 55.1%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는 요로감염(14.6%), 간담도계 감염(11.2%), 소화기 감염(9.0%), 중심 정맥관 감염(3.4%), 피부 및 연조직 감염(2.2%) 등의 순서인 것으로 드러났다.

◇다기관 기능부전 유발 혈액응고 막는 게 중요=중증 패혈증 환자의 사망률은 약 50%에 이른다. 이렇게 거의 2명 중 1명꼴로 목숨을 잃을 만큼 사망률이 높은 이유는 패혈증을 합병하면서 신체 각 부위 조직이 급속히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른바 ‘다(多)기관 기능부전’이란 상태다.

이런 다기관 기능부전이 왜 일어나는지는 아직 정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다. 의료계는 다만 패혈증이 생기면 혈액이 굳는 응고 현상이 곳곳에서 일어나는 파종성혈관내응고(DIC)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한다.

실제 다기관 기능부전으로 생명을 잃은 패혈증 환자의 33.8%가 DIC에 의한 것이라는 보고가 있다. 이는 DIC로 각 장기가 급격히 손상돼 제 기능을 못하게 됨에 따라 사망 위험이 높아지므로 이를 사전에 확인, 차단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박 교수는 “앞으로 중환자의 경우 입원 초기부터 DIC를 진단하고, 적극 치료한다면 패혈증 환자들은 물론 다른 중환자들의 생존율까지 높이는데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패혈증을 합병하지 않도록 각종 질병을 발병 초기에 퇴치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우선 병원에선 각종 세균 감염에 의한 염증성 질환이 2차 감염으로 악화되거나 패혈증을 합병하지 않도록 철저한 병원균 관리가 요구된다.

일반인들, 특히 면역력이 약한 노약자는 자칫 폐렴으로 발전하기 쉬운 겨울철 호흡기질환에 감염되지 않게 수시로 손 씻기 등의 개인위생 관리를 하고, 균형 있는 식생활을 통해 면역력을 키우는 것이 좋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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