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왜 징역 1년?” 이유없는 판결문… 법원, 양형사유 안밝혀 속 타는 피고인들
부동산 중개업자 임모씨는 매매대금 6000여만원을 빼돌린 혐의(횡령)로 기소돼 지난 9월 1심 재판에서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판결문 어디에도 양형사유는 적혀있지 않았다. 횡령죄를 정한 형법 조항을 적용해 징역형을 선택한다고만 설명돼 있었다.
지난달 무고죄로 1심에서 징역 8개월이 선고된 박모씨도 마찬가지다. 무고죄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그러나 박씨는 왜 벌금형이 아닌 징역형이 선고됐는지 판결문에서는 그 이유를 찾아볼 수 없었다.
법원이 형사 피고인에게 징역형과 같은 중한 선고를 내리면서도 이유를 제대로 밝히지 않는 경우가 여전히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상세한 양형기준을 제시한 살인 등 8개 범죄에서도 10건 중 4.7건꼴로 재판부가 판결문에 양형사유를 제대로 기재하지 않았다.
이들 범죄 중 2009년 7월 이후 기소돼 그해 말까지 1심에서 징역형이 선고된 2895건 중 47%(1360건)의 판결문에는 양형사유가 아예 기재돼 있지 않거나 양형기준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했는지 적지 않았다.
횡령·배임죄는 그 비율이 75.7%에 달했고, 무고죄 72.7%, 위증죄 69.7%, 뇌물죄 58.4% 등이었다. 반면 성범죄 강도 살인 등 강력범죄는 19.9∼25.4%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재판부가 판결문에 양형사유를 구체적으로 기재해야 할 법적 구속력은 없다. 그러나 피고인의 반발을 최소화하고 재판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선 최대한 자세히 양형사유를 설명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양형위 관계자는 19일 “양형기준을 만드는 목적에는 피고인이 자신에게 선고된 형량을 납득할 수 있도록 그 이유를 설명하라는 것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양형위의 양형기준은 권고력만 있을 뿐이어서 기준에 맞게 양형사유를 자세히 설명하라고 강제할 방법이 없다.
양형위는 현재까지 양형기준이 제시된 범죄만 놓고 보면 권고형의 범위, 형량 가중·감경 인자, 피고인의 주변 환경과 범행 동기, 피해자 보상 여부 등이 포함한 최종적인 선고형의 결정 이유를 판결문에 자세히 기재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법원 관계자는 “모든 판결문에 양형 이유를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쓰는 게 쉽지 않다”며 “판결문에 양형사유를 적지 않더라도 선고할 때 피고인에게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현 기자 kj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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