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 ‘위안화 공습’ 시작됐나
31일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중 최저치인 연 4.38%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6월 30일과 비교해 두 달 만에 0.57% 포인트나 빠졌다. 20년 만기 국고채 금리도 같은 기간 0.55% 포인트 하락하면서 연 4.59%에 마감됐다. 지표금리인 5년 만기 국고채 금리 역시 연 4.00%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시장 안팎에서는 당혹스럽다는 기류가 형성됐다. 7월 9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했는데 되레 시장금리인 채권금리는 줄기차게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고채 금리는 6월에는 상승 흐름을 보였다. 기준금리 인상이 임박했다는 신호가 나오면서다. 그런데 정작 기준금리가 오른 뒤에는 하락세다.
채권시장은 왜 거꾸로 가는 것일까. 시장에서는 이유를 외국인의 끝없는 채권 매수세, 특히 ‘차이나 머니’의 국고채 매집에서 찾고 있다.
◇태풍, 상륙하다=통상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채권 가치는 떨어지고 금리는 오른다. 하지만 국고채 금리는 4%대로 내려온 뒤 계속 하락하는 비정상적인 흐름을 타고 있다.
외국인의 잇단 한국 채권 매입이 원인으로 꼽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30일까지 외국인은 채권시장에서 53조6302억원을 순매수했다. 지난해 연간 순매수액 53조5823억원을 넘어섰다. 보유잔액은 75조2805억원으로 늘었다. 지난해 말 65조원을 돌파한 뒤 8개월 만에 10조원이 늘었다.
전문가들은 외국자금 가운데서도 ‘차이나 머니 태풍’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5월부터 시작된 외국인 채권 순매수는 이미 시장에 노출된 이슈인 반면 차이나 머니는 최근에 부각되면서 시장 심리를 뒤흔들고 있다는 것이다.
차이나 머니의 공세는 지난해 8월부터 소리 없이 시작됐다. 이전까지 투자액은 ‘0’이었다. 지난해 8월 2790억원의 순매수를 시작으로 매달 평균 3400억원을 줄기차게 사들였다. 그동안 누적 순매수 규모는 4조1877억원에 이른다. 단돈 1원도 매도하지 않았다. 여기에다 증시나 회사채는 거들떠보지 않은 채 국고채만 집중 매집하는 특성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중국의 우리 채권 보유액 1조8726억원 가운데 회사채 2억원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국고채에 쏠렸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중국 중앙은행이 외환보유액의 포트폴리오를 변경하면서 한국 투자비중을 높이고 있다고 본다.
SK증권 염상훈 연구원은 “우리 시장의 매력이 높아지면서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자금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 특히 중국이 시장에 상당한 충격파를 주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토러스증권 공동락 연구원은 “규모가 작은 시장에서는 특정 주체가 수급을 왜곡시킬 수 있다. 통화정책의 실효성 등에서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6%의 마력=아직까지 외국인 채권 보유잔액에서 중국 비중은 6%에 불과하다. 룩셈부르크, 미국에 이어 3위다. 그런데도 시장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6%라는 수치 뒤에 숨은 마력 때문”이라고 했다.
숨어 있는 마력은 중국의 막강한 외환보유액이다. 6월 말 현재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2조4000억 달러다. 이 가운데 0.1%만 비중을 조정해도 우리 정부가 매월 발행하는 국고채의 절반 이상을 사들일 수 있다. 삼성증권 최석원 채권분석파트장은 “중국이 국채 잔액의 60%가량을 싹쓸이한다면 채권시장은 물론 금융시장과 경제가 중국 움직임에 따라 출렁일 수밖에 없다”며 “기준금리를 내리거나 올려 시장금리를 변화시키고 싶어도 중국의 우리 채권 매수·매도가 통화당국 의도와 다르게 시장금리를 움직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불안을 느끼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금융당국은 과민반응이라는 입장이다. 중국을 포함한 외국자금이 우리 채권시장에 꾸준히 투자하면서 채권금리가 내려가는 일시적 현상으로 해석한다. 해외 선진시장의 경우 외국인이 국채시장에서 40∼50%를 차지하는데 우리는 13∼14%에 불과해 큰 충격은 없다고 본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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