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배우 변희상(28)이 인생의 멘토로 박춘식(수원종로교회) 성악가를 꼽았다.
지난 5일 서울 영등포구 국민일보빌딩에서 만난 변희상은 “데뷔 전에 성악 레슨을 받았는데 갑자기 아버지 사업이 잘 안 됐고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지게 되는 상황까지 됐다. 동생은 등록금이 없어서 학교를 못 갔고 집엔 빨간 딱지가 붙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선생님한테 집 이야기를 할 수 없었어요. 그냥 ‘좀 쉬어야겠다’고 말씀을 드렸죠. 제가 굉장히 의욕적으로 배울 때였는데 선생님이 의아해하셨어요. 그리고 나서 ‘집이 힘드냐?’고 물어보셨어요. 그렇다고 하니 선생님께서 ‘배움에 부끄러울 필요가 없다’고 그냥 배우라고 하셨어요.”
박춘식 성악가에게 성악과 바이올린을 하는 두 아들이 있다. 뮤지컬을 하는 변희상을 아들처럼 생각했다.
변희상은 “선생님이 아직 어리니까 포기하지 말고 일단 배우라고 하셨다”며 “너 하나 가르치는데 돈 안 받는다고 손해가 오는 게 아니니까, 그리고 내 두 아들도 음악을 하는데 너도 계속 열심히 하라고. 나중에 돈 많이 벌게 되면 갚든지 말든지 하라고 하셨다. 제가 굉장히 밝은 스타일인데 그때 그 말을 듣고는 선생님 앞에서 20분 울었다”고 했다.
변희상은 독실한 크리스천이기도한 박춘식 성악가에게 신앙을 강요받은 적이 없다. 하지만 변희상도 자연스럽게 주님을 믿게 됐다. 그는 “선생님이 인생 이야기를 하실 때 자연스럽게 종교 이야기를 섞어서 한다”며 “교회에 다니지 않을 때였는데 친숙한 마음이 생겼다. 또 제가 존경하는 선생님의 종교이기 때문에 마음의 불편함이 없었다. 저희 집안은 부모님이 사업때문에 어려워지면서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다. 저도 교회에서 가끔 특송을 한다”고 전했다.
단국대학교 뮤지컬학과를 졸업한 변희상은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 ‘명성황후’ ‘드라큘라’ ‘마리 앙투아네트’ ‘유린타운’ 등 굵직한 작품에 출연했다. 최근 연극 ‘까사 발렌티나’에 주연으로 캐스팅됐다. 연극으로 첫 데뷔이고 첫 주연 작품이기도 하다.
변희상은 “제가 첫 주연이 됐다고 하니까 선생님이 너무 기뻐하고 좋아해주셨다”며 “제가 데뷔할 때부터 매번 제 공연을 보러와 주신 만큼 열심히 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선생님은 공연을 보시고 기다리셨다가 안산까지 저를 태워주세요. 그리고 제가 생선을 안 좋아하고 고기를 좋아하는데, 늘 저녁으로 고기를 사주시고 집으로 가십니다. 저에게 아버지 같은 분이세요. 언젠가 꼭 은혜를 갚고 싶어요.”
변희상도 안산의 중학교를 찾아가서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시간과 여건이 허락할 때면 꿈과 비전을 찾는데 목마른 학생들에게 가서 뮤지컬넘버를 불러주고 있다.
그는 “제가 뮤지컬배우의 꿈이 생기기 전에는 수동적인 삶이었다”며 “자존감도 없었다. 근데 꿈을 찾고 나서 변했다. 그걸 제가 직접 실감하고 느끼니까 아이들도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들었다. 그래서 시간 날 때마다 중학교에 가서 뮤지컬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노래도 불러준다”고 했다.
그 외에도 변희상은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사회복무요원’과 국제구호기구 NGO ‘월드휴먼브리지’를 통해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그는 “봉사를 하면서 얻는 게 더 많다”며 “나의 재능, 나의 시간으로 누군가가 기뻐하고 웃을 수 있다는 건 굉장한 행복감을 준다. 그리고 봉사를 하러 오신 분들과의 따뜻한 연대도 좋다. 아무래도 좋은 일을 하러 오셨기 때문에 모두 순수한 마음으로 참여하게 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우선은 제가 맡은 일을 충실히 하는 게 가장 기본인 것 같다”며 “어쨌든 돈을 받고 무고 무대에 오르는 프로인 만큼 좋은 연기로 관객들에게 만족감을 드리고 싶다. 작품이 관객들에게 온전히 잘 전달되는데 부족함이 없는 배우이고 싶다”고 전했다.
조경이 기자 rooke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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