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불모지 “희망찬 싹”/일간지·전문지·잡지 “종횡무진”/영화·여성·사회학 다양한 잣대/유지나씨 등 “불꽃”… 자질론까지한국영화계가 논쟁 불모지라는 불명예를 벗어나고 있다.논쟁을 촉발시킨 영화는 「그대안의 블루」.젊은 영화평론가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논전은 이 작품에 관한 해석의 차원에 머물다 어느새 비평가에 대한 자격시비로 비화됨으로써 평단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불꽃공방의 중심에 서있는 이는 유지나.당초 이 영화가 페미니즘영화론의 틀을 제기한 탓에 여성평론가인 그녀가 『영상세대의 당당한 새로운 영화만들기』로 분명한 입장을 최초로 밝혔고,잇달아 이제하 김영진 이승정 오숙희 남인영 김영혜 이효인등이 직·간접적으로 논쟁에 참여했다.
공방을 전개하는 지면 또한 일간지와 영화전문지에서 출발해 「창작과 비평」「사회평론」등 국내유수의 권위지까지 동원될만큼 사회적 파장을 확산시키고 있으며 내용도 영화학과 여성학 사회학등 여러관점에서 다양한 평가가 내려졌다.
게다가 논쟁의 부산물격인 자질론 또는 한번쯤 짚고 넘어가야할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온터라 「제2의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더구나 유지나와 김영진이 「사회평론」과 「영화저널」서 거론한 자질시비는 그 내용이 자극적이면서 평론에 대해 평론을 가하는 메타비평적 성격까지 띠고있어 한차례 격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유지나는 「창작과 비평」봄호에 실린 문학평론가 김영혜의 글을 반박하는 과정에서 『영화내러티브를 정확하게 읽어내는 능력도 갖추지 못하면서 문학계간지에 영화평을 쓴다는게 농담처럼 들린다』고 전제한 뒤 『자신의 영화독해력부족을 감독의 역사의식부족으로 돌리고 있다』며 비전문적인 영화평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김영혜는 이에앞서 「그대안의 블루」를 비평하면서 『강렬한 화면을 갖추었으면서도 빈약한 주제의식으로 실패한 영화』라고 규정한뒤 『우리 영화에 필요한 것은 성급히 영상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근거없는 찬사가 아니라 작가의 철학과 문제의식』이라며 다분히 유지나를 겨냥한 글을 발표했었다.
김영진 또한 「저널리즘 비평과 전문비평의 균형을 위하여」라는 글에서 현재 활동중인 저널리즘 평론가 개개인의 영화에 대한 태도를 살핀뒤 그들의 관점과 저서에 대한 평가를 시도하고 있다.그는 전문비평가로 분류된 이용관(경성대교수)을 제외한 평론가가운데 강한섭은 순응주의와 타협주의의 모호한 태도를,남인영을 비롯한 서울영상집단은 낡은 운동권의 인상비평 흔적을 보게되며 소설가이기도 한 이제하는 영화의 가치평가를 영화표현양식에 기초하지않은 느낌만으로 냉소하거나 엄숙한 심사관의 태도를 취할 때 오만하게 비친다고 적고있다.
국내에서 처음 펼쳐지는 이같은 논쟁을 놓고 많은 영화인들은 『한국영화계도 이제 더이상 논쟁의 무풍지대가 아님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건전한 비평문화의 확산이 영화계전체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손수호기자>
영화평론계 뜨거운 공방/「그대안의 블루」평 계기 활발한 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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