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시장을 이끄는 한국·독일·일본 완성차업계가 이달부터 미국으로부터 15%의 수입 관세를 부과받는다. 최근까지 적용된 ‘25% 관세’보다는 부담이 줄었고, 동일선상에서 경쟁하게 됐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출범 이전과 비교하면 급등한 관세 압박을 받게 된다. 미국 자동차회사마저 손실이 자명하다. ‘승자 없는 관세 전쟁’에 돌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3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일본·유럽연합(EU)·한국이 잇따라 성사시킨 자동차 관세 15% 부과는 글로벌 자동차 밸류 체인 전반을 뒤흔드는 구조적인 충격으로 받아들여 지고 있다. 기존 25%의 고율 관세를 15%로 낮춘 모양새지만, 그간 2.5% 이하의 기본 관세를 적용받던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가 예상된다.
폭스바겐·BMW·메르세데스 벤츠 등 독일 3대 완성차기업은 올해에만 약 100억 유로(약 16조1000억원)의 현금 흐름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벤츠의 현금 흐름이 지난해 94억 유로에서 30억 유로로, 폭스바겐은 71억 유로에서 33억 유로로, BMW는 48억 유로에서 44억 유로로 급감할 것이라고 최근 보도했다. 유럽 내 중국산 전기차 침투, 생산량 감소에 더해 미국발 관세 충격까지 겹친 ‘삼중고’의 결과다.
미국 자동차업계도 손실이 관측된다. 제너럴모터스(GM), 포드, 스텔란티스 등 미국 ‘빅3’ 자동차 기업은 차량의 25%가량을 멕시코·캐나다 공장에서 생산해왔다. 그러나 이 국가들과 관세 협상이 교착에 빠지면서 미국은 멕시코에 35%(자동차 관세 25%), 캐나다에 30%의 고율 관세 부과를 경고한 상태다. 올해 GM은 35억 달러의 관세 관련 손실이 예상된다. 포드는 20억 달러, 스텔란티스는 15억 달러의 손실이 추정된다. 3사 합계 손실이 70억 달러(9조73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에 따라 부품의 75% 이상이 북미 3국에서 생산된 경우에는 무관세 혜택을 유지할 수 있지만, 이 또한 간단찮다. 원산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예외 없이 관세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현재 멕시코산 차량은 90일의 관세 유예를 추가로 받았고 캐나다산 일부 차량과 부품은 이미 35%의 고율 관세가 적용되고 있다.
토요타 등 일본 기업들도 이중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의 관세 부과와 함께 시장 개방 요구까지 맞닥뜨렸다. 유럽에서는 중국차와, 미국에서는 한국·미국 브랜드들과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전기차 전환 속도가 더딘 일본은 미국 테슬라, 중국 BYD(비야디) 등 외국 전기차 브랜드에도 쫓기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덕에 무관세 혜택을 누리던 한국 자동차업계도 가격 경쟁력을 잃지 않으면서 수익성까지 챙겨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협정으로 한국차가 누려온 가격 경쟁력 우위는 사실상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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