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구에 사는 강구곤(90·사진)씨는 6·25전쟁 참전용사다. 1950년 9월 15세 소년이었던 그는 학도병으로 참전해 1953년 7월 휴전협정이 체결될 때까지 미 8군 야전병원에서 위생병(의무병)으로 복무했다.
강씨는 24일 “낙동강 전투에서 총알과 포탄이 빗발치던 전장에서 미군과 함께 싸웠다”며 “하루에도 수십, 수백 명이 죽거나 다쳤는데 배에 포탄을 맞고 피를 토하던 병사의 모습이 아직도 선하다”고 말했다. 치열했던 전쟁의 상흔은 강씨 몸에 새겨져 있다. 왼쪽 종아리에 포탄 파편으로 생긴 상처가 70년이 지난 지금에도 선명하게 남았다. 과거를 회상하며 지금도 눈시울을 붉히는 강씨에게 전쟁은 짙은 흉터만큼이나 엄청난 정신적 트라우마를 남겼다.
전쟁이 끝난 후 청년이 된 그는 영어실력을 인정받아 서울 용산 미군기지에서 운전병으로 근무했다. 1960~80년대에는 중국을 오가며 무역과 호텔 사업에 뛰어들기도 했다. 하지만 국가에서 전쟁의 공로를 인정받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6·25 종전 50주년인 2003년에야 참전유공자가 됐고, 2008년엔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았다.
참전용사 처우는 그동안 논란의 대상이 되곤 했다. 나라를 위해 목숨 걸고 싸웠던 이들에게 합당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고 있다는 게 비판의 요지다. 참전용사에게 매달 참전명예수당으로 45만원이 지급되고, 생계가 어려운 80세 이상 참전유공자에게 지급되는 생계지원금 10만원과 지자체마다 조례로 정한 수당도 추가 지급되지만 이를 합해도 월평균 100만원을 넘지 않는다. 1인 가구 최저 생계비(2025년 기준)인 143만원보다 적은 액수다. 강씨는 “젊은 날 목숨 바쳐 싸웠는데 나라가 우리를 잊어버린 것 같다”며 “국가의 무관심 속에서 늙고 병들어 외롭게 살아가는 현실이 서글프다”고 털어놨다.
올해 90세가 된 강씨는 5년전 치매로 아내를 먼저 떠나보냈다. 2년 전엔 강씨도 뇌경색으로 생사의 고비를 넘겼다. 그는 인터뷰 도중 수차례 “내 기억이 다 사라졌다”고 안타까워했다. 강씨는 “우리가 앞으로 살면 얼마나 더 살겠느냐”며 “참전용사들의 나라를 지키기 위한 헌신이 국민의 기억 속에서 잊히지 않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국가보훈부 관계자는 “참전유공자를 대상으로 보훈심사를 통해 등급을 나눠 보상을 차등 지원하고 있다”며 “유공자들의 건강과 복지를 위해 지원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글·사진=유경진 기자 yk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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