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교전 중인 이란을 향해 “무조건 항복하라”며 ‘최후통첩’을 했다. SNS에 쏟아낸 메시지에서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제거’를 시사했고, “우리는 이란의 제공권을 장악했다”며 이스라엘의 공습을 지원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지난주만 해도 이란 핵 문제의 외교적 해결을 위해 협상을 추진하던 트럼프의 방침이 급격히 바뀌었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중 돌연 귀국해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열면서 이란-이스라엘 분쟁에 대한 군사적 개입, 즉 폭격을 통해 이란 핵시설을 파괴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한다. 지하 깊은 곳의 우라늄 농축 시설을 파괴할 폭탄은 미국의 벙커버스터가 유일해 어떤 모양새를 갖추든 그 폭격은 미국의 참전을 뜻하게 될 수 있다.
이는 세계 안보와 경제에 큰 파장을 일으킬 것이다. 미국이 직접적인 군사 개입을 자제하며 뒤에 머물던 우크라이나 및 가자 전쟁과 달리, 이란-이스라엘 분쟁의 성격이 ‘미국의 전쟁’으로 바뀔 수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나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것처럼 하메네이 제거로 이어진다면 이라크에 이어 중동에서 미국에 의한 ‘정권 축출’이 재연될 상황이다. 이후 벌어질 중동 질서 재편의 혼란과 불확실성은 그 지역에만 머물 리 없다. 핵 개발 위험을 외교와 협상이 아닌 무력으로 해결하는 선례가 되니 북핵 문제를 안고 있는 한반도 안보와도 무관치 않으며, 중동의 격랑이 경제에 미칠 여파도 만만찮을 것이다. 새 정부가 서둘러 진용을 갖추고 점증하는 불확실성에 선제적으로 대처해 나가야 할 때다.
이란 사태의 추이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예측하기 어려운 트럼프 정부의 가변성은 다시 확인됐다. 협상에서 전쟁으로 정책 기조가 며칠 사이 뒤바뀌는 미국을 상대하며 우리 안보와 국익을 지켜야 한다. 쉽지 않은 과제를 풀어가려면 더욱 치밀한 외교력을 갖춰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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