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섬웨어 공격으로 예스24 전체 서비스가 마비된 상황에서 한세예스24그룹 오너일가가 대규모 지분 증여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 발생 일주일 만에야 사과문과 보상안을 내놓는 등 피해 대응에는 늑장을 부렸으나 승계 작업은 발 빠르게 진행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해킹 사실을 당국에 뒤늦게 알린 점과 대응 과정의 미흡함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한세예스24그룹 창업주인 김동녕 한세예스24홀딩스 회장은 지난 12일 본인이 보유한 지주사 주식 145만주(지분율 5%)를 딸 김지원 한세엠케이 대표에게 증여했다. 당일 종가 기준 약 82억8000만원 규모다. 이번 증여로 김 대표의 한세예스24홀딩스 지분율은 5.19%에서 10.19%로 상승했다. 예스24 마비 사태 나흘째 벌어진 일이었다.
예스24는 지난 9일 랜섬웨어 공격을 받아 홈페이지, 앱, 전자책(eBook) 서비스, 공연 예매 등 전반적인 온라인 서비스가 마비됐다. 일부 기능은 여전히 복구되지 않은 상태다. 예스24는 지난 13일부터 단계적 복구를 시작했지만 리뷰·한줄평, 마이페이지 등 일부 서비스는 아직도 정상화되지 않았다. 17일 예스24 주가는 사고 발생일(9일) 종가인 4520원 대비 약 8.5% 하락한 4135원에 장을 마감했다.
사고 수습이 마무리되지 않은 가운데 사과 또한 늦어졌다. 예스24는 사고 발생 일주일 뒤인 지난 16일 김석환·최세라 공동대표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 모든 역량을 동원해 피해 복구와 신뢰 회복에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킹 사실을 뒤늦게 밝힌 데 대해서는 “해커의 추가 위협 가능성 때문에 공개시점에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서도 미흡한 해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예스24가 사고 인지 직후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초동 지원 요청을 거부하고도 이후 “협조했다”고 밝히면서 사고 은폐와 거짓 해명 논란이 불거졌다.
사고 수습을 제대로 하지 못 하는 상황에서 오너 일가의 지분 증여가 이뤄진 점에 대해 부적절했다는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이용자와 투자자 손실이 현실화하는 와중에 사태 해결보다 승계 작업에 몰두한다는 인상을 줬다.
한세예스24그룹은 김 회장의 세 자녀가 각 사업을 분할해 맡는 ‘형제 경영 체제’를 사실상 구축한 상태다. 장남 김석환 한세예스24홀딩스 부회장 그룹 전반 전략과 콘텐츠·플랫폼 사업을, 차남 김익환 한세실업 대표는 그룹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OEM(주문자상표부착방식) 중심의 글로벌 의류 사업을, 장녀 김지원 한세엠케이 대표는 NBA·버커루 등 패션 사업을 각각 이끌고 있다. 지난해 그룹의 연결기준 연간 매출은 2조8309억원으로 집계됐다. 한세예스24홀딩스 관계자는 “사전에 예정된 일정에 따라 진행한 지분 증여였는데 시점이 공교롭게 겹치며 오해를 불렀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209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