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 깊숙한 곳으로 드론을 밀반입해 공군기지를 타격한 ‘거미집 작전’으로 전쟁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CNN은 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의 드론 계략이 러시아의 취약점을 드러내 전쟁 서사를 바꿀 수 있다”며 “거미집 작전은 다윗이 골리앗과 싸우는 방법을 제시한 최신 사례”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내밀 수 있는 카드는 군사자원과 최전방 병력, 전략적 인내력, 재정상 우위인데 우크라이나는 정밀 타격으로 그 거대한 거품을 터뜨릴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호주 싱크탱크 로위연구소의 믹 라이언 연구원은 뉴욕타임스에 “드론 기술과 디지털 지휘통제 체계의 발전으로 이제 거의 모든 국가는 싸우겠다는 의지와 수백만 달러만 있으면 장거리 공격을 단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날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영내로 밀반입한 드론 117대로 공군기지 4곳을 공격해 전략폭격기 41대를 파괴했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피해 규모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지만 우크라이나가 전략적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저스틴 브롱크 선임연구원은 “러시아 전폭기 41대 중 절반이라도 손상됐다면 놀라운 성공”이라며 “이 경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도시를 공격하거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대한 핵 억지력을 유지하는 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분석가들이 영상과 위성사진을 통해 확인한 러시아 군용기 손실은 최소 14대”라며 “러시아는 이번 본토 공군기지 피습으로 주변국에서 전쟁을 수행할 능력은 물론 미국과 같은 원거리 적대국을 위협할 능력도 약화돼 광범위한 지정학적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방식의 드론 침투라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진하는 우주 기반 차세대 미사일요격체계 ‘골든돔’과 같은 대규모 방공망도 우회할 수 있다. 거미집 작전이 현대전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워싱턴포스트의 칼럼니스트 짐 게러티는 “미사일요격체계에 많은 돈을 쓰고 드론 방어에 소홀한 이유를 놓고 합리적 질문이 본격적으로 제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거미집 작전 직후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2차 평화협상을 벌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대표단은 이번에도 전쟁 종식을 위한 합의의 틀을 마련하지 못했다. 악수도 생략하고 약 75분 만에 끝난 협상에서 양국은 포로와 전사자 시신 교환에만 합의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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