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19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사건 재판장인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가 유흥업소에서 접대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한 사진을 공개했다. 지 부장판사가 이날 법정에서 “삼겹살에 소맥(소주·맥주)을 사주는 사람도 없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하자 응수했다. 민주당은 지 부장판사의 거짓말이 드러났다며 공세를 폈다. 다만 공개된 사진만으로는 접대가 있었는지 여부를 단정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종면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기자회견을 열고 지 부장판사가 지인 두 명과 나란히 앉아 있는 사진을 공개했다. 해당 사진의 벽면 인테리어가 민주당이 앞서 지 부장판사가 방문한 유흥업소 내부 모습이라며 공개한 모습과 동일하다는 게 민주당 설명이다. 민주당은 지난 1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관련 의혹을 제기하며 유흥업소 내부를 촬영한 사진을 공개한 바 있다.
노 대변인은 “민주당은 해당 업소를 직접 확인했고, 서울 강남에 있는 고급 룸살롱이다. 여성 종업원이 룸마다, 테이블마다 여럿 동석하는 곳”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당이 룸살롱 접대 의혹을 제기한 지 닷새 만에 지 판사가 ‘삼겹살’을 입에 올렸다. 지 판사는 룸살롱에서 삼겹살을 드시냐”며 “사진이 있는데 뻔뻔히 거짓말한 판사에게 내란 재판을 맡길 수 없다. 당장 법복을 벗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 대변인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고발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다.
다만 공개된 사진만으로는 지 부장판사가 등장하는 모임의 성격을 특정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동석자들과의 관계도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노 대변인은 “접대를 받았다고 저희는 판단하지만 그에 대한 입증은 사법부에 맡기겠다. 이후 상황은 그때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 앞 유세 중 “처음에는 판검사를 해서 그냥 배 두드리고 소위 큰소리 뻥뻥 치고 룸살롱 접대받으면서 살려고 그랬다”고 말했다. 자신이 판검사가 아닌 노동·인권 변호사의 길을 택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지만 이런 발언이 지 부장판사의 유흥업소 접대 의혹을 에둘러 비판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지 부장판사는 앞서 이날 오전 윤 전 대통령 내란 혐의 4차 재판 시작 전 공개적으로 자신의 의혹을 부인했다. 그는 “평소 삼겹살에 소맥 마시면서 지내고 있다. 그런 곳에 가서 접대받을 생각도 해본 적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시대도 아니다. 삼겹살에 소맥을 사주는 사람도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판사 뒷조사와 계속된 의혹 제기를 통한 외부의 자극, 공격에 재판부가 일일이 대응하는 것 자체가 재판 진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민주당의 의혹 제기에 우려를 표했다.
한편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은 최근 해당 유흥업소가 위치한 건물을 방문해 건물 관계자 등을 상대로 현장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해당 주점은 지난 15일 무렵부터 영업하지 않고 있으며 출입문에 붙어 있던 간판도 떼어냈다고 한다.
이동환 양한주 신지호 기자 hu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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