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애플이 인공지능(AI) 검색 시대를 맞아 구글에서 탈피하는 전략을 가동하고 있다. AI 검색 시장에서 챗GPT나 퍼플렉시티 등이 구글을 뛰어넘는 결과를 보여주는 만큼 스마트폰 검색엔진으로 구글만을 고집할 이유는 없다는 판단에서다.
8일 외신을 종합하면 애플의 서비스 담당 수석부사장 에디 큐는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연방법원 재판에 출석해 애플이 AI 검색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구글 외 대안을 적극 활용하려 한다고 밝혔다. AI 검색 비중이 늘면서 애플의 웹브라우저 사파리 내 구글 검색량이 지난달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큐 부사장은 “오픈AI, 퍼플렉시티, 앤스로픽 등이 제공하는 AI 검색 기능을 사파리 브라우저에도 제공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하며 퍼플렉시티와는 협의를 수차례 진행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역시 스마트폰에 퍼플렉시티 모델의 탑재를 검토 중이다. 퍼플렉시티를 제미나이처럼 AI 어시스턴트(비서) 옵션으로 제공하거나 기본 모델로 탑재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키워드 중심의 기본 검색과 달리 자세한 문맥 제공이 중요해진 AI 검색에서 구글 외 옵션도 고려하는 모습이다.
구글은 연간 수조원을 애플과 삼성전자에 지불해 기본 검색엔진으로 사용하게 하는 방법으로 검색시장 독점력을 강화해왔다. 양사가 전 세계에 매년 판매하는 5억대의 스마트폰에는 구글 검색엔진이 기본값으로 설정돼있다. 지난해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계약에 따르면 구글은 2022년 애플에 200억 달러(약 28조원), 삼성전자에는 60억 달러(약 8조원)를 지급했다. 구글의 모바일 기기 검색 점유율은 지난해 94.7%를 기록했다. 구글이 대체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며 이날 알파벳의 주가는 전날 대비 7.5% 급락했다.
구글은 AI 검색시장에서도 비슷한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삼성전자에 제미나이의 갤럭시 스마트폰 기본 탑재에 따른 대가를 지불 중이다. 매월 기기 대수를 기준으로 요금을 지불하고, 앱 내 광고 수익의 일부도 지급하고 있다. 지난달 21일(현지시간) 열린 재판에서 미 법무부는 구글이 “엄청난 액수를 지불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글과 스마트폰 제조사 사이 계약이 구글의 온라인 검색시장 독점의 근거라는 미 법무부의 주장이 힘을 얻으면서 구글의 독점 전략은 위기를 맞았다. 지난해 8월 미 연방지방법원은 검색 엔진을 기본 탑재하는 대가로 돈을 지불하는 계약이 독점금지법을 위반했다고 판결했다. 블룸버그는 애플 역시 구글과의 계약이 당장 금지돼 매년 들어오던 수십조원 규모의 수입을 잃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며 이날 재판에서의 큐 부사장 발언이 해당 조치를 막기 위한 계산이 담겨있다고 해석했다. AI 검색 서비스 기업들이 시장 점유율을 늘리고 애플이 구글 이외 AI 모델도 채택해 검색시장 독점이 해소된다면, 구글과의 계약이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있었다는 분석이다.
윤준식 기자 semipr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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