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준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차를 타고 지난달 25~27일 서울 마포에서 경기도 화성을 지나 충남 예산을 거쳐 전북 고창을 경유해 광주광역시를 넘어 목포에 들렀다가 신안을 찍고 다시 마포까지 왕복 912.8㎞를 주행했다. 기름을 가득 채운 상태로 출발한 뒤 이 긴 여정 동안 단 한 번도 주유소를 들르지 않았다. 도착 후 계기판에 찍힌 주행가능 거리가 74㎞인 점을 감안하면 최대 주행가능 거리는 1000㎞에 근접하는 셈이다.
이 차의 전장(차의 길이)은 5060㎜다. 기존보다 65㎜ 늘었다. 전폭(차의 넓이) 1980㎜, 전고(차의 높이) 1805㎜다. 국산 승용차 중엔 대형 레저용차(RV) 기아 카니발 다음으로 크다. 주차장 바닥에 그려진 흰색 주차 라인에 세웠더니 남는 공간이 거의 없었다. 가로로 길게 뻗은 두꺼운 선 5개를 쌓아놓은 것 같은 전면 디자인은 이 차를 더 거대하게 느껴지게 했다.
운전석에 올라탔다.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있는 콘솔박스는 고급 소파의 팔걸이를 연상케 했다. 선루프는 1열 위에 하나, 2·3열 위에 또 하나, 총 2개다. 이 거대한 차의 천장을 선루프 1개로 감당하긴 힘들 터였다. 2·3열을 접고 그 자리에 누워봤다. 웬만한 고시원 침대보다 넓어서 뒹굴면서 잘 수 있다.
운전 경력 20년이 넘는 베테랑이지만 이 거대한 차는 보닛 앞쪽이 얼마나 나와 있는지 거리감을 느끼기 어려웠다. 보닛 앞부분을 최대한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운전석을 위로 한껏 끌어올렸다. 작은 차에 익숙한 운전자는 운전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시동을 켜고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뗐다. 전기차처럼 조용하게 차가 전진했다. 모터를 이용하고 있는 거다. 딱히 가속 페달을 깊게 밟지 않았는데 갑자기 엔진소리가 ‘부릉’ 울렸다. 차에 문제가 생긴 줄 알고 순간 당황했다. 모터와 엔진을 번갈아 가며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하이브리드차의 특징 때문에 생긴 일이다. 다만 조금만 주행을 하다 보면 이런 이질감은 사라진다. 차량 상태를 보여주는 화면에 ‘전기모터 주행’ ‘충전 중’ ‘하이브리드 주행’ 표시가 수시로 바뀌었다.
이 차엔 현대차그룹이 최근 개발한 2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첫 파워트레인 ‘가솔린 2.5 터보 하이브리드 엔진’이 탑재됐다. 2개의 모터를 구동에 사용해 출력과 연비를 개선했다. 2.5 터보 순수 가솔린 모델보다 19% 향상된 출력(334마력)이 2t이 넘는 차체를 안정적으로 이끌었다. 엔진과 모터를 벨트 없이 직접 연결하는 방식으로 마찰을 줄여 연비(ℓ당 14.1㎞)를 45% 향상시켰다. 이날 주행을 마친 뒤 확인한 최종 연비는 ℓ당 12.9㎞였다.
속도가 시속 130㎞를 넘어서자 시트가 조여지면서 등을 꽉 잡아줬다. 코너를 돌 때도 차가 반대편으로 거의 쏠리지 않았다. 덩치까지 크다 보니 비행기가 활주로를 달리는 느낌마저 들었다. 장거리 운전 중 차가 막히는 국도에선 차로 유지 보조 버튼을 누르고 운전대(스티어링휠)에서 손을 뗐다. 자동차가 차선을 벗어나려고 하면 운전대가 부르르 떨며 타이어를 차선 안쪽으로 갖다 놓았다. 10초 정도가 지나자 계기판에 운전대를 잡으라는 경고 문구가 운전대 그림과 함께 표시됐다. 계속 버텼다. 15초 정도가 더 지나자 운전대 그림이 빨간색으로 바뀌면서 ‘띠링띠링’ 경고음이 울렸다.
집에 도착한 뒤 바로 내리지 않고 1시간 정도 차에 머물렀다. ‘스테이 모드’를 적용하니 시동을 끈 상태에서도 공조기와 다양한 인포테인먼트 기능을 이용할 수 있었다. 프리미엄 스피커 브랜드인 보스(BOSE)를 갖췄다. 패밀리카를 몰고 가장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한 운전자에게 바로 집에 들어가지 말고 여기서 좀 더 머물며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라는 배려처럼 느껴졌다.
가격은 9인승 4982만원(친환경차 세제 혜택 미적용), 7인승 5068만원부터 시작한다. 가솔린 모델보다 600만원 정도 비싸다. 신형 팰리세이드는 사전 계약 첫 달에 3만3567명의 신청자가 몰렸다. 10명 중 7명은 하이브리드차를 신청했다. 패밀리카 구매를 고민하는 소비자에게 카니발을 대신할 선택지로 충분하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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